"아물지 않는 '신라멸망의 아픔'" 신라인의 해맑은 꿈과 곱디고운 심성이 머문 남산. 남산은 해탈과 무욕의 삶을 걷고자했다. 그래서 서라벌사람들은 바위에 계신 부처를 뵙기위해 돌을 깨고 하늘에 가까이 가기위해 탑을 쌓았다.
귀족이나 평민이나 할 것 없이 남산에만 가면 모두가 똑같이 귀중한 존재였다. 그러나 신라의 국운이 쇠하고 인간의 탐욕이 기승을 부리면서 산의 정갈함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통일신라때부터 시작된 풍수지리설. 남산의 많은 절들이 풍수지리설에 의거해 자리를 잡았다. 억겁의 영화를 누리고자 풍수지리설의 번답한 원칙에 얽매였던 절들은 이제 폐허로 변모하고 없다.왕정골에는 인간들이 만든 속박의 밧줄에 매여 난 생채기가 아직도 아물지않고 있다. 지금은 산업도로로 일부가 자취를 감춘 왕정골. 과수원길을 따라 식혜골과 마주치는 고갯마루는 신라멸망의 애달픈 사연이 커다란 흉터처럼 남아있다.
다시 길을 돌려 식혜골아래서 고갯마루를 올려다 보면 그 흉터는 더욱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왕정골에서 길게 이어져야할 산의 맥(脈)이 별다른 이유없이 뚝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산맥을 잘라놓은 흔적이다.
고려가 신라패망후 다시 일어설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산의 맥을 잘라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이다.
풍수지리설에 따라, 산세를 살펴보면 왕정골과 식혜골의 합류지점은 배의 돛대에 해당하는 장소.배의돛대를 부러뜨려놓으면 배가 갈수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도당산에서 맨드리고개로 이어져 해목령으로 곧게 뻗어오르는 산맥은 전진하는 배의 형상이다.그래서 도당산은 돛대의 맨 꼭대기를 뜻하는 장두(檣頭)산으로 불리기도 한다.남산에 속했던 도당산은 산업도로로 찢겨 남산과 생이별을 하고있다. 천년의 세월로 산천이 의구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도로를 가로질러 잡목으로 얼기설기 옭아 맨 대문을 지나면 정겨운 시골집이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집옆으로 난 오솔길에는 땅을 헤집고 나온 죽순이 고개를 내밀며할딱숨을 쉬고있다. 10여분을 걸어 오른 산고개는 온통 무덤뿐. 산정상에는 급수시설인 탑동배수지가 자리잡아 옛적의 도당산 위용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도당산의 전체모습을 경주시내 교동에서 바라보면 흡사 물위에 두둥실 떠있는 배의 형상이다. 배처럼 생긴 산에 지난 77년 급수시설이 지어졌다. 물과 배가 만난 아이러니를 남산은 어찌 생각할까?
통일신라이후 불길같이 번지기 시작한 풍수지리설로 많은 절들이 명당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명당자리의 면모를 살펴보기위해 절터골을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제일먼저 순한글로 마을이름을 지었다는 해맞이마을. 마을입구에서 2백m가량 길을올라 밭고랑을 지나 골 막바지에는 절터의 흔적이 조금 남아있다.
무덤사이 주춧돌로 보이는 석재가 3개. 옛날에는 엄청난 규모의 사찰이었지만 천년의 세월은 이곳을 폐허로 변모시키고 말았다. 절터에서 골짜기아래를 내려다 보면 명당의 면모가 조금씩 드러난다. 절터에서 양쪽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 두 팔을 벌려 손끝을 마주 잡은 듯 터를 포근히 감싸고 있다.
풍수지리상 명당터의 뒤에는 주산(主山)으로 불리는 산봉우리가 두둥실 떠있고 주산 먼 곳에 후산(後山)으로 칭하는 큰 산봉우리가 연결되어야 한다.
또 명당좌우에는 왼편 청룡, 오른 편 백호형상의 산맥이 뻗어내려야 한다. 이같은 명당터의 전형이 절터골이다.
용장골의 용장사터 역시 명당터. 깎아지른 절벽에 세운 삼층석탑. 이절터에서 좌우를 굽어보면 동쪽의 청룡산맥이 기암괴석으로 장엄하게 이어져있다. 또 서편의 백호산맥은 계곡너머 비파골의산줄기와 묘하게 어울려 웅장한 조화를 이룬다.
남산의 숱한 절터중 일반인들이 명당터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곳은 천룡골천룡사터이다. 고위산을 배경으로 널찍하게 자리잡은 절터. 천상세계의 꿈을 현실로 엮은 곳이다. 절터 좌우로 뻗어내린 산맥하며 절아래 고요히 흐르는 계곡은 마치 풍수지리상의 명당터를 위해 하늘이 빚어놓은조각인양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천년누대의 번영을 위한 이 명당터마저도 절을 고스란히 지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통일신라시대 이전 풍수지리설에 연연하지 않고 조성된 부처골감실부처와 탑골 부처바위는 1천년의 세월을 너끈히 버텨왔다.
인간의 탐욕으로 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남산. 아직도 남산 곳곳에는 명당터를 찾으려는사람들로인해 무덤이 불법조성되고 있다. 그래서 남산은 아픈 신음을 어제도 오늘도 뱉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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