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가꾸는 무지개 꿈

입력 1997-05-20 14:28:00

"이제는 학원에서 컴퓨터도 배우고 외국어도 배울수 있어요"

지난 3일부터 sk텔레콤 대구지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소녀가장 유혜경양(16.대구여상 1)은 자신이 스스로 벌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할수 있다는게 여간 기쁘지 않다.

유양과 함께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소녀가장은 모두 15명. 어릴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지윤이, 사업가가 꿈인 영주, 장래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 무척힘이 든다는 금옥이, 커서 돈을 많이 벌어 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싶은 나경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힘든 삶을 꾸려가면서도 장밋빛 꿈을 오롯이 가슴에 담고 있는 소녀가장들이다.이들이 하는 일은 요금안내, 자동이체권유, 우편물 발송처리등의 간단한 일.

"안녕하십니까 sk텔레콤 고객센터 000입니다"

상냥한 목소리로 고객에게 전화해 불편사항을 점검하고 안내하는 이들의 모습은 무척 당당하다.근무시간은 토요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로 학업에 지장을 주지않는 주말.

한달에 받는 임금은 15만원, 장학금으로 15만원이 더 지급돼 총액이 30만원. 고객들에게 자동이체를 성사시킬때 마다 천원씩을 더 받게 돼 있어 경제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된다.이미나양(21.경북대 1년)은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생활비도 벌수 있어 기쁘다"며 "가능하면 많은소년소녀가장들이 이런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무언가 뜻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몇몇 직원들이 고심끝에 이런아이디어를 내게 되었습니다. 소녀가장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자립의지를 키우는데 일조를했으면 합니다" 안병연 고객 센터장의 말이다.

sk텔레콤 대구지사(지사장 김용욱)는 이 사업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崔昌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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