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투' 한대 피워물고

입력 1997-05-19 00:00:00

우리나라 최초 최고(最初最古)의 담배 이름은 '마코'(Macaw)로 '금강 앵무새'라는 새 이름이었 다.

76년전인 1921년에 처음 생산됐다니까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옛날 담배다. 놀랍게 도 그 마코 담배곽에는 90년대에야 유행돼 쓰기 시작한 '마일드(Mild)'라는 영문자를 표기, 부드 러운 맛을 선전하고 있다. 옛날 담배치고는 꽤나 세련된 이름이었던 셈이다. 최초로 나온 담배에 왜 하필 새이름이 붙여졌는지 알수는 없지만 그후로도 한국 담배이름에 비둘 기·파랑새·개나리·무궁화 등 새나 꽃같은 자연에서 따온 이름들이 주로 붙여진걸 보면 옛날 애연가들의 감성이 그만큼 소박하고 서정적이었던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다 90년대 들어서면서 갑자기 담배 이름들이 외국어 일색으로 붙여지기 시작했다. 골든라이트, 엑스포마일드, 글로리, 디스, 심플, 에쎄, 심지어 외국 영화배우 이름까지 갖다 붙인 다.

수출도 해야 하고 신세대 애연가들의 언어감각도 고려해야 하는 담배인삼공사의 나름대로의 고민 과 생각이 있어 그랬으려니 해보지만 수십년간 한가지 이름으로도 세계 담배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는 켄트나, 말보로, 카멜 같은 담배이름을 보면 빈번한 개명(改名)장삿속이 좀 지나치잖느냐는 느낌이 없잖다.

거기다 가끔씩 담배이름 땜에 정치권의 구설수에 곧잘 오르는 것도 썩 보기좋은 일이 못된다. 이 달들어 또 새로 내놓은 겟투(GET2) 라는 담배가 대권주자들과 여야 정치권에 난데없는 담배이름 시비거리를 던지고 있는 모양이다.

시비의 내용은 '겟투'의 뜻풀이다. 겟투( GET 2)의 본뜻은 한꺼번에 둘을 얻는다거나 야구에서처 럼 한꺼번에 둘다 잡으라는 승리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판의 눈에는 겟투의 '2'라 는 숫자가 선거기호로 연상돼 보인 것 같다. '2번을 잡아서 승리하라'는 풀이는 대선때 기호2번을 배정받게 돼있는 국민회의 측의 해석이다.

다분히 아전인수격인 풀이지만 야당의'당선의 징조'라는 눈웃음에 담배인삼공사는 그게 아니라고 여당쪽에 해명하느라 진땀이다. 담배이름 때문에 정치권에서 말 시비가 있었던건 과거에도 한번 전례가 있었다.

92년 대선 직전에 나왔던 '하나로'담배가 당시 김영삼 후보의 기호 1번과 맞아떨어지자 야당이 ' 기호 1번 찍자는 의미가 담긴 의도적인 작명'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던 경우다. 이번 대선은 담배이름 하나에까지 공정한 게임에 영향을 준다 안준다 시비가 나올 정도로 예민한 정국인 만큼 과거 어느 선거보다도 각당의 경선과정에서부터 첨예하게 공정성이 따져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공명 선거도 미묘한 부분에서 교묘하게 법을 건드리지 않고도 한쪽에 유리하게끔 작 용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민주적 선거의 모범국인 미국도 남북전쟁 직후 투표권을 갖게된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안주려고 미국 헌법을 아는 사람만 선거할수 있다는 명분을 만든뒤 백인에게는 대통령이름이 누구냐는 식 의 쉬운 질문을 하고 흑인에게는 몽테스키외의 권력분립론에 대해 묻는 식으로 심사, 흑인의 주 권을 빼앗은 적이 있다.

지금 대권 후보 경선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여당은 경선전 당대표직 사퇴와 '정발협'탈퇴 시비가 붙고 야당은 야당대로 여론조사 해석을 싸고 분열상을 보이는등 공정게임 분쟁이 시작되 고 있다.

담배이름에서부터 사퇴·중립논란등 미묘한 부분에까지 시비가 걸리는 치열한 경선 분위기가 과 연 대선까지 탈없이 이어질지 '겟투'나 한 대 피워물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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