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항 경로체육대회 성황리 마쳐

입력 1997-05-17 14:49:00

"뛰어라 뛰어. 어찌 그리 못 뛰냐"

19번째를 맞은 적십자사 대구지사주최 대구시 구(區) 대항 경로체육대회가 열린 16일 두류운동장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섭씨31도까지 올라간 한낮의 더위도 노인들에겐 봄날로 느껴졌다.

구청별 선수 1천여명과 구경하는 노인들까지 합쳐 8천여명이 모인 이 날 대회는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하루였다. "답답한 노인정에 있다가 운동경기도 벌이고 응원도 하니 너무 좋습니다" 북구 노인회의장 이재창 할아버지(76)는 덩실덩실 농악대에 어울려 춤을 췄다.

노인들이 펼친 경기는 2인삼각 달리기, 과자먹고 달리기, 콩주머니 던지기 등 초등학교 운동회를연상시키는 것. 과자먹고 달리기를 하던 소재심 할머니(66·달서구 상인동)는 밀가루에 묻힌 과자가 입에 잘 들어가지 않자 얼굴전체에 밀가루를 묻히며 분투. 그러나 뜀박질이 늦어 결국 꼴찌를하자 "왜 그리 과자가 입에 안들어가냐"며 울상을 지었고 구경노인들은 파안대소.이 날 경기의 압권은 마라톤. 두류공원 주위 4㎞를 도는 마라톤경기에서 월계관을 차지한 주인공은 최영국 할아버지(71·중구 동인3가). 매일같이 뛴다는 최할아버지는 2위를 멀찌감치 따돌리고20여분만에 테이프를 끊었다. "젊은 사람하고 뛰어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최할아버지는 숨도차지 않은 모습이었다.

노인들의 체육대회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줄다리기 경기전까지 1위인 서구에 80점이나 뒤지던 남구는 막판 뒤집기에 성공, 우승기를 안았다.

오후 5시. 두류운동장을 떠나는 노인들의 몸은 지쳐보였지만 마음은 청춘이었다.〈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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