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현철씨 조사 이틀째

입력 1997-05-16 14:55:00

현직 대통령의 아들로는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자격으로 검찰에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은 김현철(金賢哲)씨는 이권개입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 검찰의 애를 태웠다.

검찰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현철씨의 부인정도가 약해지고 있어 구속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미 확보해 놓은 물증과 진술을 하나하나 들이대고 대질신문을 벌이는 등 현철씨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심재륜(沈在淪) 중수부장은 "현철씨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은 모두 시인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하거나 아예 입을 열지 않고 있다"면서도 "시간이지날수록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수사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현철씨 조사에 자신감을 보였다.검찰은 15일 오후 1시54분께 출두한 현철씨를 일단 11층 특수조사실로 데리고가 현직 대통령의아들을 조사해야만 하는 검찰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등 현철씨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분위기를 잡아갔다.

오후 5시께부터 현철씨의 말문이 터지기 시작하자 검찰은 "피의자 조사를 시작하겠다"며 주임검사인 대검 중수부 이훈규(李勳圭)3과장과 김준호(金俊鎬).김경수(金敬洙).오광수(吳光洙).노관규(盧官圭)검사 등 특수.강력통으로 손꼽히는 검사들을 통해 현철씨를 밤새도록 혹독하게 추궁했다.검찰은 이권개입및 대가성 자금 수수, 대선 잉여자금, 인사개입, 안기부 기밀유출 등 수백가지 항목으로 작성된 신문사항중 우선 이권개입및 대가성 자금수수 등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돈문제'에 대해 집중 공략했다.

현철씨는 "민방사업.유선방송국.포항제철 철강 판매권.영동고속도로 소사 휴게소.개인휴대통신(PCS) 사업등 각종 이권사업에 대한 청탁을 받은 일도, 관계기관에 압력을 넣은 일도 없다"며 이권개입 혐의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철씨가 이권개입 사실을 부인하자 부산지역 민방사업과 관련 박태중(朴泰重)씨에게 돈을 준 한창 관계자를 만난 사실과 신한종금 송사와 관련해 95년 4월 김덕영(金德永)두양그룹회장으로부터 받은 3억원을 물고 늘어졌다.

현철씨는 한창 관계자 접촉에 대해 "이권 청탁 때문이 아니라 대선당시 도와준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현철씨는 또 "김회장등 동문출신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았고 이들중 일부 기업인이 나중에 이권청탁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못 들은 척했다"며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에서 일부 시인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기업인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수억원을 줄리 있느냐'며 다그치자 현철씨는 부인하는 대신고개를 떨구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현철씨는 이성호(李晟豪)씨가 관리한 75억원과 김기섭(金己燮) 전안기부차장이 한솔그룹조동만(趙東晩)부사장을 통해 위탁관리한 70억원에 대해서는 "이씨와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하지만 돈 거래를 할 사이는 아니고 한솔의 조부사장과는 일면식도 없다"며 이돈은 자신과는 무관한 돈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철씨에게 오후 7시30분께 인근 식당에서 배달해온 설렁탕을 저녁식사로 제공하고 잠시쉬게 한뒤 16일 새벽까지 대선 잉여 자금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특히 '대선이후 나사본 활동자금으로 사용하고 남은 60억원을 현철씨에게 건넸다'는 박태중씨의 진술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태수(鄭泰守)씨로부터의 대선자금 수수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현철씨는 "어떠한 명목으로든 한보로부터 돈 받은 사실은 없고 92년 대선자금도 그때 다 사용하고 한푼도 남은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선 잉여자금은 존재 사실을 부인, 박씨및 정씨와 대질신문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철씨 조사 이틀째를 맞아 허물어지고 있는 현철씨를 상대로 이권개입과 금품수수 혐의및 대선 잉여자금 뿐만 아니라 인사개입, 안기부 기밀 유출등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벌이고 있으며 오후에 소환될 김 전차장과 현철씨의 대질신문을 벌인뒤 오는 17일께 현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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