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김대통령의 선택

입력 1997-05-16 00:00:00

현철씨가 검찰에 소환된 15일 아버지인 김영삼대통령은 어느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하지만 청와대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참담한 분위기를 가감없이 전하고 있다. 평범하고 정 많은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버지 김대통령이 가졌을 이날의 심경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게다가 이날 구속된 현철씨는 현직대통령의 아들이 아닌가.

김대통령은 이날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문민시대 치적을 한꺼번에 앗아간 아들 현철씨에 대한실망감과 연민이 그것이다. 하지만 공치사를 아끼지 않았던 금융실명제하에서 아들인 현철씨가차명계좌를 두고 이권개입 대가로 받은 검은 돈을 굴려온 데 대해서는 치를 떨었을 것이다.김대통령이 어찌 이지경까지 왔을까. 김대통령은 한때 현존인물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된 적이 있다. 물론 서울대사회과학연에서 전국의 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지만지난 93년 김대통령은 세종대왕, 이순신, 김구선생과 함께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혔었다.그런데 이번에 김대통령의 치적은 한꺼번에 물거품이 됐다. 자신은 칼국수로 점심끼니를 때우고있을 때 주변은 썩을 대로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청렴 주장이 아들에게는 물론이고 측근들에게도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는 말이다. 또자신과 관련된 대선자금 문제는 어느 방향으로 튈지를 모른다. 이쯤되면 김대통령도 결심을 해야될 때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결심의 내용은 대선자금을 밝힐 수 있는 데까지는 밝히고 국민들에게 당시의 상황설명과 함께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일 게다.야당측이 이를 수용하느냐의 여부는 별개의 차원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김대통령의 전공인 정치력으로 해결할 문제일 뿐이다. '과거엔 다 그랬고 당시의 영수증이 남아 있지도 않다'는 등의설명을 들이대려 한다면 숟가락으로 막을 일을 삽으로도 못 막을지 모른다. 〈李相坤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