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뱅 물건너 가나

입력 1997-05-14 14:21:00

정부의 금융개혁작업이 정치일정과 맞물려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연초에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금융산업의 전면적인 개혁을 위해 대통령직속의 '금융개혁위원회'를 설치, 금융산업을 선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이에따라 금개위는 지난 4월 1차보고서를 통해 △은행·증권·보험의 업무영역 확대 및 여신전문금융기관의 설립을 비롯한 금융산업의 개편 △은행 비상임이사회의 개편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의지배구조 개선 △금리자유화 및 여신관리제도의 개선△벤처금융의 활성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정리 등 단기과제를 정부에 제시했다.

그러나 금개위는 중장기 과제를 다루면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중장기과제에는 중앙은행제도의 개선,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금융기관 소유구조의 개선, 사금융시장의 제도화, 금리의 하향안정화 방안, 금융기관 인수 및 합병의 원활화 등 이해관계자들의 견해가 엇갈리는 민감한 사안들이 포함돼 있다.

이중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기 위한 사금융시장의 제도화, 즉 대금업의 허용문제는 논란을 거듭한끝에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합의했다.

금리의 하향안정화방안도 통화증발 문제 등 방법상의 견해가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있다.

다만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장을 재경원장관 대신 한국은행 총재가 맡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앙은행제도 개선방안은 합의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금개위가 이같은 중장기 개혁방안을 제시하더라도 정치권의 반발을 무마하기 어려운데다정치일정이 여의치 않아 관련법의 제정 및 개정이 연내에 추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강경식(姜慶植)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13일 오후 개최된 고위 당정회의에서 한은법, 은행법,금융기관 구조개선에 관한 법 등 금융개혁과 관련된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한국당의 김중위(金重緯)정책위의장은 "예정대로 금융개혁이 시행될 경우 공기업 민영화 등과맞물려 금융권 인사의 사기저하는 물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신한국당의 대다수 의원들은 이들 금융개혁과 관련된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도 어려우며 다음 정부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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