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질 곳 찾는 이웃사랑 콩더쿵

입력 1997-05-14 14:51:00

'쿵 딱 딱 쿵 쿵 어-딱…

대구시 달성군 다사면 매곡1리의 윤지영양(18.원화여고 3년) 집은 12일 밤 꽹과리.징.장구.북 등사물놀이 소리로 흥겨웠다. 바깥에 내리는 세찬 빗소리도 '웃다리 휘몰이 가락에 묻혔다. 5월이굳이 가정의 달아이서가 아니었다.

국립소록도병원 등지에서 '사물놀이 가족'으로 불리지만 지영이의 대입준비로 자주 못어울리다이날 지영이가 성산청소년육성재단 주최의 전국청소년모범대상(봉사부문)을 받은 것을 자축해 온가족이 모처럼 신명을 낸 것.상쇠는 남동생 석준군(계성고1년)이 맡고 아버지 윤중희씨(48.알알이식품 대표)가 북, 어머니 진선화씨(42)가 징, 지영이는 장구 채를 들었다.

이들이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지영이가 초교5년 때인 지난 90년부터.생업이 알메주 미숫가루 등 전통식품 제조업이라선지 풍물에 손대자 마자 온가족이 푹 빠졌다.남매의 솜씨는 김덕수사물놀이패와 문홍주선생이 재능을 인정할 정도.상도 여러번 받았다.

그러나 '사물놀이 가족 이 진가를 나타내는 곳은 소록도 등 소외된 곳을 찾았을 때.93년 여름방학때 참길회 회원들과 함께 소록도를 찾아 공연한 것이 지영이 가족이 기억하는 최고의 무대다."소록도에 가기전 그분들이 어떻게 생겼을까 많이 상상했는데 눈 둘, 코 하나에 입도 하나던데요.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사랑해줘 신났습니다" 누나의 말에 석준이도 싱긋이 웃었다.지영이 몰래 담임인 한인수선생님(43)이 신청해 받은 봉사대상이지만 우연이 아니다.10만원을 밑천으로 콩 1말을 사 오늘의 알알이식품을 일으킨 아버지는 '10만원이 본전 이라며 틈만나면 가족들과 그늘진 곳을 찾으며 남을 위해 살자고 가르친다.

소록도 가족 1천3백여명이 한해 먹을 메주 고추장 된장 막장 참기름 등도 수년째 지영이네가 맡고 있다. 이번 봉사대상 상금 2백만원도 학교 친구.마을회관.양로원등에 각각 쓰기로 했다.이처럼 남 돕는데는 후해도 살림은 구두쇠다.이사온지 15년째 벽지가 그대로고 아버지가 모는 차는 고물 엑셀 밴.남들 다하는 학원과외 한번 안했다.그러나 둘다 성적이 전교 30등 안쪽.땀을 뻘뻘 흘리며 꽹과리를 두드리는 석준이, 어깨를 들썩이며 장구를 치는 지영이, 북 솜씨가 달리는 아버지...이들은 사물놀이와 봉사로 통해 세대차도 모르는 '친구 이다. 〈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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