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대학총장들의 호소

입력 1997-05-14 00:00:00

한보·현철비리·대선자금의혹으로 국정이 넉달째 표류하고있자 전·현직 대학총장들이 '나라를걱정하는 모임'을 갖고 현시국에 대한 우려와 해법마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채택했다.호소문의 주요내용은 단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비리·의혹의 철저한 조사와 사법처리다. 다음은 대통령의 난국수습 결단을 촉구함과 동시에 대통령의 정상적 임기와 업무수행에 대한 보장을 강조했다. 즉 일각에서 논의되는 하야문제는 일축한 것이다. 전·현직 대학총장들은 "현재와같은 국가적 위기에 대한 책임은 우리모두에게 있지만 1차적으로 정부와 국회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학총장들의 호소내용은 그동안 각계각층에서 제의·촉구해온 내용들과 다를바 없으나 이나라최고의 대표적 지성인들이 집단적으로 의사표시를 했다는 점에 무게가 느껴진다. 국민모두가 판단하고 있는 내용그대로인데, 왜 현안들이 한시바삐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지 안타깝다.대학총장들의 호소에 대해 여야의 반응이 각각 다른 것도 우리를 실망시킨다. 여당은 불필요한당쟁을 지양하고 하루빨리 정치권의 제도개혁을 통해 앞으로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그러나 야당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에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마도 총장들은 여·야가 받아들이는 양면을 다 포함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비리와의혹은 그것대로 철저히 파헤침과 동시에 언제까지 당리당략에 매달려 싸움질만 할 것인가고 심하게 질책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국가안보도 경제살리기도 정치가 안정을 찾지 못하면 흔들리거나 수포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정치권전체가 철저한 반성과 미래지향적 제도개혁에 발빠르게 움직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총장들의 지적처럼 대통령의 결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대선자금의혹을 포함, 지금의 현안을 한묶음해서 대통령이 진솔하고 겸허한 자세로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대통령이 직접 포괄적이든, 아니든 시국현안에 관해 진지한 의사표시와 사과를 할 경우정치권은 더이상 분쟁을 삼가고 미래설계에 착수하는 것이 옳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의식, 끝까지 집권층의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추태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 여권도 대오각성, 야당이 연말대선의 공정성을 믿고 협력해 올 수 있게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민족의 진운(進運)을 무작정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맺고 끊는 일을 분명히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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