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형이 밝힌 탈출경위

입력 1997-05-14 00:00:00

"4년여동안 끈질긴 탈출작업을 펴오던 사촌동생을 노심초사 기다린보람이 지금에서야 결실을 보게 되는군요. 기쁘기 한량없지만 아직 북한에 남아있는 다른 친척들도 만나보고 싶군요"12일 목선을 타고 서해를 통해 귀순한 김원형씨(57) 일가의 한국내 유일한 혈육인 사촌형 김일형씨(62·택시운전·서울 영등포구 신길동)는 감격에 겨운듯 눈물을 글썽거렸다.이들이 북한판 첫 '보트피플'로 등장하게 된 것은 미국에 사는 원형씨의 쌍둥이동생 인형씨(57·주류대리점업)가 막후에서 결정적 도움을 줬다고 김씨는 밝혔다.

김씨는 "4년전인 지난 93년 인형이가 어머니와 함께 소문끝에 신의주에 살던 원형이를 찾아간 뒤부터 탈출 작업이 시작됐어요"라며 인형씨가 전하던 감격적인 형제상봉의 모습을 기억해냈다.이후 원형씨는 북한 경비병의 삼엄한 경비망을 피해 중국 단동을 몰래 오가며 인형씨와 수시로연락을 취하면서 2∼3차례 중국에서 다시 감격적인 상봉을 하기도했다.

재회한지 4년여만인 지난 3월초 원형씨는 마침내 탈북을 결심하고 구체적인 탈출계획을 마련하기시작했다.

이후부터 인형씨는 계속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원형씨 가족이 탈출에 사용할 배를 구입하는 일에골몰했다.

인형씨가 보태준 2만달러 가운데 5천5백달러를 투자해 목조선 한척을 비밀리에 마련했다.목선을 몰고 북한으로 건너간 원형씨는 마침내 11일 신의주에서 가족들을 싣고 13일 새벽 그토록그리던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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