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보트피플 탈북 본격대비를

입력 1997-05-13 15:07:00

북한주민 두가족 14명이 12일 목선을 이용해 서해를 거쳐 북한을 탈출, 귀순했다. 이들은 북한에서 직접 선박을 타고 경유국없이 바로 남쪽으로 귀순한 최초의 '보트 피플'로 이번의 탈출이 해상 대탈출의 예비신호가 될 공산이 커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귀순한 선장 안선국씨와 기관장 김원형씨는 7년전부터 남한의 방송을 듣고 꿈을 키워왔으며 3개월전부터 탈북을 위해 배·유류·식량·의약품등을 구입하는등 치밀한 계획을 세워왔기 때문에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들의 탈북이 큰 장애없이 귀순으로 이어질수 있었던 첫째 요인은해안감시의 소홀이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의 대규모 탈출사태를 막기위해 중국과 면해있는 국경선의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황장엽전노동당비서의 공로(空路)탈출과 수시로 발생하는 휴전선을 이용하는 귀순자들이 늘어감에 따라 계속 허를 찔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북한의 만성적 경제난과 아사직전의 식량난이 국경지역의 경비임무를 맡고 있는 하부조직의기강을 해이하게 만들어 권력상층부의 지시와 뜻이 먹혀들지 않음을 뜻한다. 실제로 지금 북한에는 굳이 탈북자가 아니더라도 식량을 구하기 위한 국경이탈사태는 다반사로 빚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탈북자는 훨씬 늘어날수 있는 개연성은 항상 지니고 있다.

김정일정권은 군부를 중심으로 권력을 장악하면서 체제유지및 권력승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는있지만 주민들의 기본적인 의식주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탈북사태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으로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번 '보트 피플'의 귀순은 배를 직접 몰수있는 선장과 기관장의 합작품이어서 가능했을뿐 앞으로의 해상 대탈출 가능성에는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는 7월 북한인의 주탈북루트였던 중국을 경유하는 홍콩길이 폐쇄되고 또 중국국경선의 경비가 강화되면 목숨을 건 해상탈출의 시도는 지금보다는 훨씬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북한의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난이 풀릴 조짐이 없고 지금의 상태가 악화될 경우엔 군과 민이 함께 탈출하는 대규모 해상탈북사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미리 예견하고 충분한 대비책을 세워두지 않으면 안된다.

대량 탈북사태가 발생하면 예기치 못하던 일로 우리사회는 금세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탈북자의 수용소는 물론 사회적응훈련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까지 철저한 준비를 해둬야 우왕좌왕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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