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경제대책위 무얼하고 있나

입력 1997-05-08 15:14:00

지난달 초 열린 경제 영수회담에서 여야는 초당적(超黨的)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서기로 합의,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여야는 그동안 3당 정책위의장과 경제계, 노동계 소비자 대표등 10명으로경제대책회의를 가까스로 구성했을뿐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어 경제영수회담이빛좋은 개살구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껏 여야 영수회담은 국민의 기대만큼 성과를 올린적이 없었고 그 뒤끝이 개운치 않은 것이관례화되다시피 했었다.

우리가 지난 4월1일의 영수회담에도 애써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던 것도 저간의 사정을본다면 미뤄 짐작할만하다 할것이다.

그렇지만 '여야가 정치적 현안 문제를 떠나 순수하게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결과 발표에 우리는 뒤늦게나마 정치권이 각성했다며 내심 큰 기대마저 가졌던게 사실이다.그러나 그 결과는 지금껏 아무런 내용없는 모임만 네차례 가졌을뿐 의욕 부족과 준비 미흡, 회의의제선정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것뿐이다. 더구나 앞으로 대선 정국이 가열화되면 대책위는 더욱 유명무실화될 게 뻔하니 이런 회의를 왜 계속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실업자가 유례없이 늘고 무역 역조로 경제가 붕괴되고 있다고 아우성인 판국에 모처럼 여야가 합의해서 만들어낸경제대책위가 고작 이정도라면 여야 정치지도자들은 또 한차례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듯 하다.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경제대책위는 회의 의제조차 사회적 타협과 절충이 필요한 분야는 애써피하고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세월만 보낸다니 애초부터 대책위는 3김씨에게 별로 탐탁한 존재가 아니었던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 않다면야 각계 대표가 모인 자리인만큼 불이 튈만큼 치열한 경제 현안과 정부부처간, 계층간의 갈등들이 다루어질만도 한데 허송세월이 웬말인가. 이야말로 '3김(金)살리기'의 한방법으로 경제영수회담을 원용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정치권의 일각에서는 한보사태로 3김씨가 공멸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3김씨의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하고 그러기위해 경제영수회담이열렸다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경제대책위가 이처럼 유명무실화된다면 자신이 살기위해 3김씨는 경제까지 들먹였다는 비난을 들을만하다.

3김씨는 당초합의대로 지금부터라도 경제대책위에 힘을 실어주어 대책위가 경제살리기의 기폭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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