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근〈논설위원〉"
정부수립후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건만 우리는 아직 대통령이 퇴임후 국가원로로 남아 국가가어려울 때 그 해법을 제시해주는 경험을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불행한 국민들이다. 비명(非命)과불행의 연속 경험뿐이다.
문민정부 기치아래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던 김영삼대통령도 집권 불과 4년만에 아들을 비롯한 개혁실세들의 각종비리로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내면서 앞날이 불투명한 극히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30년 군정(軍政)을 청산하고 깨끗하고 참신한 문민(文民)정부의 전통을 세운뒤 국정의 원로로 남기를 희망했던 김대통령의 꿈은 그의 '오염된 선거자금' 시비에 발목이 잡혀 지금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시련에 봉착해 있다. 참으로 우리국민들은 불행하다. 김대통령마저 역경으로 몰아 또다른불행한 대통령이 되는걸 솔직하게 우리 국민들은 더이상 원칠 않는다. 한 사람의 대통령이나마국가원로로 추대되고 후임 대통령의 덕치(德治)아래 행복을 구가하는 국민이 되기를 우리는 참으로 염원한다.
**불행한 대통령은 그만
헌정 50년사상 전·현직대통령이 '공생(共生)'하는 그런 국가의 국민이기를, 더 나아가 그 명맥이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명실상부한 '민주국가'이기를 우리들은 절실하게 희망하고 있다.대통령의 흠집을 마구 들춰내 단죄(斷罪)를 한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올 이득은 결코 없다. 전·노 두 전직대통령의 경우에서 우리는 이미 체험한바 있지 않는가. 밖으로는 국가원수요안으로는 형태가 어떠했든 우리들이 선택한 국정의 최고책임자를 단죄한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수치스러운 국가, 국민으로 손가락질만 받고 있는 형국이 아니었던가. 그뿐인가. 국정공백으로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난만 가중사킨데다 국력소모로 유·무형의 손실만 막대하게 가져와 국가경쟁력만 그만큼 더 뒷걸음질치게 했을 뿐이다. 더욱이 지금은 20세기를 마감하고 예측불허의 치열한 국제경제전쟁이 전개될 새 세기를 맞는 우리국가로선 결코 실기(失機)할 수 없는 중차대한 통일시대를 열어갈 급박한 국면이 아닌가. 우리내부의 정쟁(政爭)소모전으로 마냥 허송세월만 하고있을 그런 계제가 아님에도 크게 눈떠야 한다. 이런 연유로 김영삼 대통령의 불행을 우리는 또다시 경험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떤 상황이 닥치든 대통령의 하야(下野)라는 헌정중단의 사태는 결코 있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질 않는가.
**해법은 김대통령의 몫
그렇지만 현안 난제들을 그냥 묻고 갈수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일단 짚고 넘어가야만 뒷날 또다른 불행한 사태를 막을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난제의 해법은 바로 김영삼대통령 자신이 직접 풀어야 한다. 김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도, 국민들과 나라의 사정도 사뭇 달라질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 첫 과제는 지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92년 대선자금내역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밝히는 일이다. 그 대전제는 김대통령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다시 말해그 진실을 자신이 직접 털어놓아야 한다. 여기엔 아무런 수식어가 필요없다. 야당도 함께 밝히자느니, 포괄적인 해명이니, 이미 지난일이라느니, 우리의 정치관행의 소산물이라느니 하는 변명을곁들여선 결코 안된다. 전체 소요자금을 밝히고 누구에게서 얼마나 받아 어디에 어떻게 썼느냐를가감없이 소박하게 밝혀야 한다.
**자신에 솔직한 자세를
필요하다면 검찰이나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그 실사를 해도 좋다는 정면돌파방법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 그리고 실정법상 또는 도덕적으로나마 잘못이 있으면 진실로 사죄하고 퇴임후에 단죄를 받을 용의도 있음을 언명해야 한다. 이렇게 정정당당하게 대처하는게 문민정부의 마지막 남은도덕성을 바로 그 자신이 세우는 첩경이기도 하다. 다음 아들 현철씨 문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에 완전히 일임해 법대로 처리토록함으로써 상처투성이의 국가공권력도 스스로 바로 설수있도록 함께 배려함이 옳은 처사이다. 대통령의 이같은 용단의 진의가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을때에야 비로소 국민들의 '언 가슴'도 서서히 녹아 움직일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들의 문민정부에 대한 실망은 분노로 확산된지 오래이다. 이 '민심의 소재'를 김대통령이 아직 귀로 듣지 못한다면 정말 낭패가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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