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요리…행복도 "새콤달콤"

입력 1997-05-07 14:06:00

'요리는 아내의 일'이라는 관념이 파괴되고 있다.

최근들어 요리강좌가 고등학생 자녀 특활의 최고 인기강좌로 자리잡고 있나하면 한 요리기구 제조회사가 마련하는 남성요리교실에 아빠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고, 부부쿠킹클라스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시내 옥산요리학원에서 열린 요리교실에 참석한 혜화여고생 44명은 반나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요리시간에 빠져들었다. 이날 요리는 학생들에게 대인기인 스파게티와 야채 샐러드.

"제손으로 음식을 만들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해요. 맨날 앉아서 공부만 하다가 요리를 하니 기분전환도 되고, 무엇보다 생산적이어서 좋아요"

한마디씩 거드는 혜화여고생들은 한가지 음식을 장만하는데 이렇게 많은 손길과 정성이 드는줄미처 몰랐다며 새삼스레 어머니의 수고에 감사드리는 표정들.

요리연구가 김인숙씨는 "학생들이 요리하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옆에서 보면 신명이 날 정도"라면서 매달 한번씩 있는 학생들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혜화여고(교장 이기주)는 요리강좌 신청자가너무 많아서 차례를 기다려야할 정도이다.

과기대에 재학중인 한 여대생은 '요리가 취미'임을 밝힌 이후 넘쳐나는 친구들로 즐거운 비명이다. 다른 친구들이 피아노 연주니, 독서니 하며 고상(?)한 취미를 소개하는 것과는 달리 스파게티,자장면을 척척 만들줄안다고 알려진뒤 주말이면 이 여대생의 기숙사는 만원사례로 터져나갈 지경이라고.

매주 토요일 오후 6시에 열리는 부부쿠킹클라스도 젊은 부부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예절문화원 대구지부가 선보인 이 강좌는 커플단위 참석이 필수적이며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모여 찬거리를 다듬고 요리를 거든다. 지난 토요일(3일) 오후의 메뉴는 비빔밥과 해물파전.박용우씨(현대자동차 동촌지점)와 오순이씨(효성가톨릭대 강사) 부부, 윤선진씨(한국예절문화원대구지부장)와 남편 서종호씨(운석승마원장), 미국인 린다와 칼(캠프 헨리 근무) 부부가 참여했으며, 김경미씨(경북외국어전문대 불어과 교수)와 남편 헨리(효가대 어학원 영어강사), 김미향씨(마산경남대 강사) 부부도회원이다.

"비빔밥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 아니겠어요. 뷔페식으로 차려놓으면 누구든지 먹고 싶은만큼 식성대로 가져가서 먹기도 좋구요"

윤선진씨가 흑미를 섞어서 지은 밥이 흥미로운지 질문을 연발하는 린다는 홍합과 오징어를 넣고구운 한국식 팬케이크 '해물파전'에 감탄을 연발한다.

"처음 참가해봤는데 올때의 어색함과는 달리 참 좋은 경험이었다. 요리를 통해 부부관계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다"고 들려주는 남편 박용우씨와 "부부쿠킹클래스를 통해 요리도 부부가 공유할 수 있는 취미의 일종이 될 수 있으며, 여성만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어서 좋다"고아내 오순이씨는 덧붙인다. 70여개국을 여행한 린다부부는 인디언음식, 케냐식 음식등도 잘 할 수있다고 자랑하며 "집에 돌아가면 비빔밥을 꼭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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