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민주계의 착각

입력 1997-05-06 00:00:00

요즘 여권내 민주계가 착각과 미몽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국정혼란과 경제위기, 한보 및 김현철씨 사건과 대선자금 문제를 떠올리면 자숙을 해도 마땅찮은판에 사사건건 흰소리만 골라하고 있는 판국이다.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정치인이 국민을 떠나 살 수 없음은 당연한데도 민주계에는 이같은기본인식마저도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보내는 시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민주계의 자가당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장 한보사건이나 현철씨사건 그리고 대선자금까지 모두가 민주계와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항변하거나대통령과 현철씨 탓으로만 돌리고 심지어 정치적 음모 내지 정적들의 공격으로 파악하고 있다.국민들은 아연실색할 뿐이다.

천문학적 돈으로 정권을 잡은 뒤 고생했던 과거를 보상이라도 받듯 실세로서 행세하며 일부가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 하늘을 손으로 가리는 꼴이다.

또 대선자금 공개는 국민 절대다수의 바람이다. 야권은 물론 여권내 대선주자들까지 이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얼마전 민주계 중진들은"대선자금이 공개되면 나라가 망한다"며 이에 반대하기로 결의했다. 진의는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민주계는 그같이 주장할 자격이 없다. 그들은 이미"경제가 거덜나더라도 민주주의의 틀은 세워져야 한다"며 전두환, 노태우전대통령을 단죄한 업보가 있다. 대선자금의 액수도 두 전직대통령의 비자금규모를 능가한다. 여기서 자신들만 그냥 넘어가자는 발상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근래 민주계는 차기정권을 주도적으로 재창출할 수 있다는 환상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국민들의 시각으로는 한심한 일이다. 당내 다수세력이라고 해서 여당대선후보도 자신들의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또다시 온나라 정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리석다. 집안 내부사정을들여다 보면 갈갈이 찢겨져 있고 이탈자를 '배신자'로 매도하면서까지 억지로 뭉쳐있는 모습이딱하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집단임을 드러낸 셈이다.

자신들의 의도대로 될 리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이제 민주계의 할 일은 정해졌다. 과거 민주화투쟁세력이란 동정을 그나마 받기 위해서라도 반성해야 한다. 〈李憲泰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