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근〈동국대 지역정책연구소장〉"
**훼손되어가는 황성공원
최근 경주에서는 고속철도노선 논쟁에 이어 황성공원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그것은신라천년 고도 경주의 가장 핵심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노송과 숲으로 덮여있는 유서깊은 황성공원이 훼손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주시는 황성공원의 가장 한복판에 대형 인공구조물인 실내체육관 건립공사를 진행중이다. 황성공원은 신라시대이전 6부촌장 회의가 열렸던 곳이며 삼국유사에도 호원사가 있었던 기록이 나오며 청동기시대의 암각화가 있었던 바로 그 주변에 위치한 역사성이 있는 공원이다. 이러한 역사공원을 훼손하는 것은 우리 조상이 물려준 손대지 않은 노천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음의 안식처이며 도시화와 산업화로 메말라가는 도시민의 정서를 순화시켜주는 어머니의 포근한 가슴같은 곳이다. 그래서 서울의 금싸라기 땅 여의도 광장을시민공원화하고 대구에서는 중앙공원과 동인공원을 잇따라 조성하고 있으며 포항에서도 지역 대기업이 3백억원을 기부하여 시민공원을 만드는 등 전국적으로 도심내의 녹지공간 확보에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경주에서는 이렇게 시대를 역행하는 일들이 벌어져 놀라울 뿐이다. 그것도일반 중소도시도 아닌,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신라천년 고도의 핵심부를훼손하니 더욱 기가 질린다.
왜 무려 15조원으로 추산되는 가치를 지닌 서울의 용산 미군기지를 자연녹지공간으로 보전하겠다는 것인지, 몇십년을 두고도 쓸 수 있는 서울 남산 외인아파트를 철거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보존이 더 큰 이득
경주는 세계에서도 드물게 천년동안 한 나라의 수도로 삼아와 천년의 역사가 흠뻑 담겨있어 도시전체가 하나의 문화재 덩어리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훼손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보존의 대상은 고도의 자연역사경관도 포함되며 문화재 보존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최근 경주 곳곳을 뒤덮는 고층 아파트를 보면 여기가 혹시 경기도 분당이나 일산 신도시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지경이다.
지난 3, 4년동안 엄청난 논쟁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속철도 노선을 도심외곽으로 돌린 것도 고도의 자연경관 훼손을 우려한 것이며 고도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한 국민적 노력의 소산이다. 그리고 경주시 화천리 고속철도 역세권주변을 신도시로 개발하자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개발의 숨통을 틔워 경주 구도심을 보존하기 위함이지 경주를 개발하기 위함은 결코 아닐 것이다.이제 경주는 값싼 개발논리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지금 경주의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벌어지고 있는 개발은 중단되어야 한다. 경주를 고도로서 보존할 때 얻는 이득은 개발로 인해 얻는이득보다 훨씬 크며 그 이득의 증가 속도 또한 경제성장 속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고도 경주에서 개발로써 이득을 얻고자 하는 시대는 마감되어야 한다. 그것은 문화적인 측면은 차치하고라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개발이 오히려 경제적 이득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조그만 고서화 한점, 도자기 한점이 미국의 소더비 경매에서 엄청난 가격에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원형이 파괴되지 않고 오래된 것일수록 값이 나간다는 극히 간단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가장 잘 보존된 곳은 경주다. 이 엄청난 경주 보물들의 값어치를 왜 모를까. 이제엿장수에게 헐값에 값진 보물을 팔아넘기는 식의 우는 진정으로 범하지 말아야 한다.**후대에 누 끼치지 말아야
개발로 파괴된 경주를 복원하려면 지금 건설비의 수 십배의 비용을 우리 후세가 물어야 할 것이다.
고도를 보존하고 가꾸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찾고 민족의 긍지를 높이는 길로서 우리 세대의 중요한 책무이다.
먼저 경주시의 발상전환이 시급하다. 그리고 지금 진행중인 실내체육관 공사는 중지되어야 한다.정부도 이제 가칭 '고도보존을 위한 경주지원특별법' 제정등 종합적인 고도 경주보존대책 마련을서둘러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