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공개-여권 해법찾기 고심

입력 1997-05-06 00:00:00

대선자금 공개 여부와 관련, 여권의 해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우선 세가지 방향에서 그 여부를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은 김영삼대통령이 한보 및 현철씨 문제가 매듭되는 시점에 이르러 시국에 관한 입장표명을통해 대선자금의 성격을 포괄적으로 규명하고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방안이다. 특히 지난 3일 김대통령이 청와대비서관들과의 오찬석상에서 언급한 시사점을 들어 이 방안이 유력해 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르고 나라의 갈길을 바로잡는데 청와대가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나는 임기가 끝날때까지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말했다. 결국 '나라의 갈 길을 바로 잡겠다'는 등의 대목이 대선자금문제를 회피하지 않겠으나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 고질적 정치관행에 따라 비정상적인 액수의 선거자금사용이 불가피했음을 '뭉뚱그려'고백한 뒤 이를 계기로 미래의 정치발전을 위해 혁신적인 정치구조 개선책을 제시한다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날 저녁 김용태청와대비서실장, 강인섭정무수석, 신한국당 박관용사무총장 등 당정 고위인사들이 만나 대선자금의 포괄적 입장표명 여부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두번째는 일정부분의 대선자금을 공개하며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방식이며 마지막으로는 일체의반응을 보이지 않고 버티는 방안. 그러나 이 두 방식은 국민및 야권의 움직임으로 볼때 이미 상정가능한 대안이 되기엔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이 제기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부분의 대선자금을 공개 할 경우 오히려 대선자금 문제의 끝이 아닌 '시작'을 열 뿐이며 대선자금 문제를전혀 도외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멀리 나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공식적으로 대선자금 공개불가 입장에 서 있다. 대선자금문제가 불거진 이후 누차 "대선자금과 관련, 보존돼 있는 자료도 없으며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해 온 박관용사무총장은 6일 거듭 이처럼 말하고 포괄적 공개방안과 관련해서도 "어디서 듣고 온지는 모르지만 나는 아는바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당에서는 나아가 이기택민주당총재의 국민회의 대선자금 폭로에 따라 야당의 대선자금 공개를 주장하며 수세에서 공세로 돌아서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이회창대표는 이미'대선자금 고백론'의 기치를 들었고 박찬종고문 등 여타 대선주자들도뒤따르는 형국이어서 당내에서도 대선자금공개 불가피론이 점차 고개를 치켜 세우며 청와대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권이 대선자금과 관련 어떤 조정을 거칠지 또 김대통령이 어떤 승부수로 진화를 시도할지 주목된다.

〈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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