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대선자금 고백론

입력 1997-05-02 14:49:00

신한국당 이회창대표가 김영삼대통령의 정치적 생존이 걸린 대선자금의 공개필요성을 치고 나왔다. 그는 1일 중앙일보와 문화방송이 공동주최한 시민토론회에서 "여야가 다같이 고백해야 한다"또"당내에는 대선자금 관련자료가 없다"고 토를 달았지만 결국 여권도 국민의혹해소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점을 개진한 것은 분명하다.

이대표의 이같은 말 한마디는 여권에서는 충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고 자칫 김영삼대통령 진영과 첨예한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계 인사들은"이대표가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민주계와 이대표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며 흥분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여권핵심부는 이대표의 발언에 내심 당혹감이 역력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이대표가 당론을 모아 이같이 밝힌 것은 아니고 대선 예비주자의 한사람으로 말한 것"이라고 사태진화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이어"현재 여권의 입장은 대선자금은 확인할 길이 없고 아직도 아무런 입장표명도 계획하지 않고있다는 박관용사무총장의 말그대로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대표가 김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대선자금 문제를 제기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지금까지 나온 상황으로 봐서 대선자금 문제는 결코 회피할 수없는 현안이 되어 버렸다. 이대표는 이문제를 끼고 돌경우 대선주자로서 이미지에 결정적 타격을 입을 우려도 있다.

정가의 일각에서는 이대표가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의 "청와대와 협의한 바가 없다"는 언급을 상기하면 김대통령의 희생을 통해 이대표를 올려 주려는 가상은 희박하다.

근래 민주계 다수가"이회창대표가 집권하면 민주계가 죽는다"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이회창반대를 노골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래서 이대표측이 김대통령의 발목을 잡아 이대표쪽으로의불가피한 지지를 유도하려는 고도의 속셈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만약 이것이 맞다면 이대표는 정공법을 선택한 셈이다.

어쨌든 이대표가 던진 말의 파괴력으로 민주계와의 갈등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 확실하다. 이대표가 물밑에서 추진해온 민주계 개별접촉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한편 정가의 관심은 이대표의 이같은 대선자금 공개필요성에 대해 김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부다. 청와대의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이 현철씨 사법처리후 대국민성명을 통해 "대선당시 부패구조하에서 상당한 자금이 들었다"는 식의 해명을 하자는 얘기도 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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