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재수사 이모저모

입력 1997-05-01 00:00:00

"현철비리 속속노출 수사진 활력"

○…심재륜 중수부장은 30일 해태그룹이나 두양그룹등의 김현철씨자금제공 관련 보도에 대해 "시추공에서 물도 나오기전에 김빼지 마라"며 은유적으로 언론의 앞선 보도에 불만을 표출.한 수사관계자도 "언론이 너무 앞서나가면 오히려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관련자들이 이런 보도로 사전에 입을 맞추거나 관련증거를 은닉 해버리면 어떻게 수사하라는 것이냐"고 불쾌한 표정.심중수부장은 그러나 이들에 대한 수사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중인 사항이어서 말할 수 없다"고 사실상 시인한데다 김상희수사기획관도 밝은 표정으로 "잘 돼가고 있다"고 말해 수사가 본격궤도에 올라있음을 시사.

○…현철씨의 친구인 박태중씨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현철씨에게 자금을 지원한 사실에 대해 계속부인으로 일관, 수사에 상당히 애를 먹고있다는 후문.

한 수사관계자는 "박씨도 정태수 총회장만큼이나 대단한 '자물통'"이라며 "친구를 보호하려는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계속 현철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바람에 수사팀이 영장청구 직전까지 고생을 했다"고 전언.

○…현철씨 측근인 김희찬씨가 거평그룹으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아내면서 "김현철 소장에게 청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억~10억원이 있어야한다"는 미확인 발언을 해 검찰주변에서는 현철씨 실제 로비양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게 아니냐며 설왕설래.

그러나 검찰관계자들은 김씨가 '직접 연락하면 기록이 남는다' '연락사항이 있으면 나에게 하라'는 등 현철씨와 자신사이에 모종의 약속을 한 것같은 말을 하거나 말끝마다 '김소장'이라는 표현을 쓴 점에 비춰볼 때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

○…박태중.김희찬씨가 영장청구 1시간10분전인 이날 오전 10시40분께 긴급체포된 뒤 구속영장이청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검찰이 이처럼 영장청구 직전에 긴급체포한 것과 관련, 검찰주변에서는 "이들에 대한 조사시간이예상밖으로 길어져 임의동행 조사 만료시간인 48시간이 촉박해지자 신병확보 차원에서 긴급체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

○…30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태중 (주)심우 대표와 김희찬 (주)디즈니여행사 대표는 한보비리및 김현철 비리의혹 사건 관련 피고인중 처음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 관심을 끌었다.박씨와 김씨의 영장을 담당한 서울지법 홍중표.신형근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영장이 청구된지 2시간30여분만인 오후 3시30분께 예상과 달리 박씨와 김씨에 대한 피의자 심문을 오후 4시 실시키로결정.

두 판사는 "수사기록 검토결과 피의자들이 돈을 받은 명목부분 등에 있어 소명이 불명확해 실질심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영장전담 판사들은 이날 오후 4시께 법정으로 이송된 박씨와 김씨에 대한 피의자 신문을20~30여분간 진행한뒤 판사실에서 기록검토를 마무리, 오후 5시께 두사람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판사들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때 도주의 우려가 있고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발부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박씨 영장을 발부한 홍판사는 "신문과정에서 박씨는 민방사업을 추진중인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했으나 그 돈은 추후 돌려줄 생각으로 차용금형식으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전언.

○…박태중씨가 사망한 이복형 윤수웅씨의 아들인 윤정근씨(28)를자신이 운영하던 (주)심우의 유령 직원으로 만들어 지난 94,95년 2년간 2천3백만원을 인건비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검찰 조사결과 박씨는 지난 93년 3월부터 95년 12월까지 윤씨 등 9명을 (주)심우에 근무하는 것처럼 위장, 월급 명목으로 2억여원을 지급했는데 이들 가운데 6명은 현철씨의 사무실에서 일을해주고 1억5천6백여만원을 받았으며 윤씨등 나머지 3명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3천2백여만원을 수령.

○…검찰주변에서는 거평그룹 나선주기조실장이 "현철씨가 경찰청으로부터 김희찬씨의 사기행각을 보고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현철씨가 세간의 의혹처럼 경찰등 정보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대두.

검찰 관계자는 "당시 현철씨 영향력과 위세를 감안할 때 경찰로부터 김씨의 사기행각에 대해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철씨가 쓸데 없는 잡음을 피하려 수사를 하지 말도록 요청했을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

○…지난 28일 소환돼 이틀이 넘게 조사를 받은 박태중.김희찬씨는30일 오후 8시30분께 수사관들에 이끌려 대검 11층 조사실에서 로비로 내려와 잠시 사진촬영에 응한뒤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직행, 구속수감됐다.

먼저 로비에 내려온 박씨는 장시간 조사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없이 말쑥한 얼굴에 무표정한모습으로 20여초간 촬영에 응했으나 '청문회에서 왜 거짓말을 했느냐','김현철씨에게 청탁사실을얘기했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

박씨는 '심경을 말해달라'며 계속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다소 곤혹스러운듯 입을 굳게 다문채수사차량에 올라탄 뒤 구치소로 직행.

○…박씨에 이어 5분뒤 조사실에서 내려온 김씨는 잇따라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다소 당황하는기색을 보였으나 수사관의 안내에 따라 10여초 정도 촬영진을 향해 포즈.

김씨는 '거평측이 사기를 당했다는데 사실이냐'는등 쏟아지는 질문에 박씨와 마찬가지로 입을 지그시 깨문채 아무런 대답도 없이 함구로 일관.

○…김현철씨의 측근 박태중씨가 검찰 수사결과 국회청문회에서 허위증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위증죄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국회청문회에 출석한 박씨는 △지역민방 사업자 선정 관여여부 △김현철씨 사조직 운영비 지원여부등 각종 의혹에 대해 '전혀 아니다' '그런 적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했으나 검찰 조사결과 이권청탁 명목으로 8억7천만원을 챙긴 사실이 확인됐다.

박씨는 청문회에서 김문수의원(신한국당)이 '지역민방 사업에 관여했느냐'고 질의하자 "전혀 아니다. 민방선정은 누가 도와줘서 되는 사업이 아니다"고 부인하는 한편 '광주지역 민방신청업체인라인건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이규정의원(민주당)의 질의에 대해서도 "그런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과정에서 박씨는 지난 94년 12월 라인건설로부터 "현철씨를 통해 민방사업자로선정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천만원을, 95년 5월과 7월 세무조사 무마명목으로 4억2천만원을 받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 관한 법률 14조는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이나 감정을한 자에게는 1년이상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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