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박철순 글러브 벗다

입력 1997-04-30 14:26:00

'불사조' 박철순(OB)이 29일 은퇴식을 갖고 마운드에서 완전히 내려왔다.

올해로 만 41세. 지난 79년 연세대를 졸업, 미국 밀워키 브루어즈에서 3년간 활약한 후 82년 OB베어스에 입단해 프로야구 원년 우승의 주역이 됐다.

24승으로 최다승에 방어율 1.87, 승률 0.857, 그리고 22연승기록에 최우수선수.그러나 이후 박철순의 야구인생에는 '최고령'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94년 최고령 완봉승, 96년 최고령 세이브, 96년 최고령 승리투수-.

82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번트수비도중 다친 허리가 어쩌면 그를 영원한 '마운드의 거인'으로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통증재발과 입원, 물리치료, 재활훈련과 등판-. 재기와 좌절의 반복은 끝없이 이어졌다.플레잉코치와 1군 투수코치도 거치며 90시즌 그는 다시 선수로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견디기 어려운 세월의 무게로 공을 던졌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원년우승의 환희와 다시 선수로 복귀해 마운드에 올랐을때의 감동은 언제까지고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어찌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은퇴식. 투수 플레이트에 입을 맞추곤 참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94년 OB선수들의 팀이탈 사건이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 자신의 인생에 오점으로 각인됐다는박철순.

은퇴식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향하는 그의 호젓한 모습은 이젠 더이상 '마운드의 거인'도, '불사조'도 아닌 인간 박철순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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