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화산처럼 언제 터질지 몰랐던 여권의 92년 대선자금 문제가 결국 굉음을 울리며 폭발했다. 대선당시 자금 담당자의 입을 통해 대선자금 규모의 윤곽이 드디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야권은 대선자금 공개문제를 최대이슈로 치고 나오고 있고 이로 인해 김영삼대통령은 대선자금공개압력을 거세게 받기 시작했으며 또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이 메카톤급 이슈앞에서 김대통령은 한보사건에 이어 다시 벼랑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문민정부의 도덕적 치명상은 말할 것도 없고 사건 진척에 따라 정치권및 재야 등으로부터 하야압력까지예상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 국정공백으로도 연결될 개연성도 높아정국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한보사건과 김현철씨 사건으로 정국이 경색되고 있는 와중에 이같은 초대형사건이 터진 것은 자칫 대선 구도의 변화 등 빅뱅국면도 완전 배제키 어렵다는 관측이다. 물론 대선자금 문제는 국민회의의 김대중총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인데다 대통령 하야요구가 자칫 정국혼란을 촉발시키고 대선판 자체를 위협할 소지가 있어 정치권 파국으로 이끌고 갈지 여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정가에서는 벌써 차기정권에서 김대통령에 대한 대선자금청문회 개최와 또다시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라는 헌정사의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마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특히 야권이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현직대통령재임중에 이를 수사토록 할지도 주목되고 있지만 이 역시 헌정사에 유례가 없다.
만약 현직대통령 재임중이든 퇴임후든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해진다면 사용처뿐만 아니라 자금조달처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선자금을 대준 대기업 등 기업에대한 조사가 다시 재연될 것으로 추측된다.
이로 인해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처럼 정.재계를 뿌리채 흔들 공산도 다분하다.
이와 관련 한보와 노태우대통령으로 부터 받은 돈이 얼마나 될 것인지가 밝혀질지도 관심거리다.노재헌씨는 지난 총선때 매일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김대통령에게 쓸 만큼 주었다"고 말해 국내외에 엄청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어쨌든 이번 대선자금 사건은 일시적인 포말차원은 아닌게 분명하다. 청와대등 여권핵심부가 이를 부인하고 나섰지만 당시 자금담당자였던 김재덕씨가 최소1천억원이상 지출을 증언했고 경리실장인 이춘식 강동갑지구당위원장도 "내입장에서 밝힐 수 없다"고 이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야권은 선거기간중 당 공식집행비가 이정도 규모라면 공식선거전 비용 및 최형우 서석재의원 등사조직 활동비까지 합산하면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공격하고있다. 최근 청와대의 강인섭정무수석은 대선자금 공개를 시사했다가 여권핵심부가 이를 거두는 모습을 보이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했지만 구체적 내역 공개불가쪽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그러나 이제 대선자금의 일각이 드러난 만큼 정국은 이를 회피하고 나갈 수없는 소위 정치권내통제력도 상실한 상황으로 진행될 것으로 분석된다.〈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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