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문화유산-천상열차분야지도(17)

역대 왕조는 천상의 변화에 민감하였다. 그것은 천상을 국가와 왕자(王者)의 안위와 직결된 것으로 보는 고대 천문사상때문이다.

일·월식(日·月蝕)을 관측해 국가의 장래를 예언하고 국가의 권위를 백성들에게 과시하기 위해천문도를 만들었을 만큼 고대왕조정치는 하늘의 변화와 밀접했다.

하늘의 별자리를 천상과 지상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여긴 선조들은 하늘의 오(五)행성과 땅의 오사(五事)가 서로 감응하여 인간의 흥망성쇠를 빚어 낸다고 믿었다.

하늘의 별자리를 관측하는 일은 왕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천문은 왕권의 상징이기도했다.

조선 태조 4년(1395년)에 제작된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국보 제 228호)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천문도이자 현존하는 천문도중 가장 오래된 석각(石刻)천문도이다. 고구려 석각천문도를 토대로 만든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천문도로서의 구성이 완벽하며 중국의 순우천문도(1247년)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오래된 것.

중세 일본천문학자 시부카와 하루미(1639~1715)는 그의 문집에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일본의 천문도제작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적고있으며 미국인 W·C 루퍼스는 1936년 출간한 '한국천문학'에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동양의 천문관이 집약된 섬세하고도 정확한 천문도'라고 격찬한바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황도(黃道-태양이 지나가는 궤도)부근을 12지역으로 나눠 하늘의 형체를 그린 12 차(次)와 이에 대응되는 지상지역인 분야(分野)에 맞추어서 그렸다.

고려 충신의 강력한 반발로 고심하던 태조 이성계는 권근 등에게 고구려의 석각천문도 탁본을 토대로 새로운 천문도를 새기도록 지시했다.

덕수궁 궁중유물전시관에 보관돼 있는 이 천문도는 높이 2백11㎝, 너비 1백23㎝, 두께 12㎝로 단단하고 검은 흑요석에 새겨졌다.

둥근 원으로 된 천문도는 돌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데 2백90개의 별자리에 1천4백69개나 되는별을 기록했다. 북극을 중심으로 한양에서 1년중 언제나 볼 수 있는 하늘을 그렸다.연세대 나일성 교수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별의 크기로 밝기를 표시했고 은하수의 경계도 뚜렷하게 그려져 있어서 천문도로서의 구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또 중국 천문도에서 볼 수 없는별자리를 새로 추가했고 정교한 2천9백여 글자체도 뛰어나다.

천문도의 둘레는 360도가 아니라 365도 1/4로 도수를 표시하였는데 그 당시는 일년의 날 수인365일 1/4로 원주를 표시하였기 때문이다. 하늘의 방향을 가리키기 위해서 12방위인 12간지를 표시하고 그 양옆에 12열차와 12분야를 함께 새겨놓았다.

12방위를 표시하는 큰 원 사이에는 두개의 작은 원이 그려져 있는데 하나는 하늘의 적도이고 또다른 하나는 하늘의 황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북극을 중심으로 밖으로 28개의 직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 선들은 28수(宿)의 경계를 표시한 것.선과 선 사이의 간격이 같지 않은 것은 28수의 크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세부도를 통해 천상열차분야지도의 구성을 살펴보자. 천문도 중앙에 지름이 76㎝인 원이 그려져있고 그 안에 작은 원, 그리고 그 사이에 적도와 황도가 그려져있다.

원 중앙에는 북극이 있고 북극을 중심으로 1천4백69개의 별이 점으로 표시되어 있고 별자리의 이름도 해당지점에 기록되어 있다.

바깥 원의 주위에는 28수(북극성을 중심으로 모든 별자리를 28개 구역으로 나눈 별자리를 말한다)로 나눠 모든 별자리의 도수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중심원의 위에는 작은 원(H1)이 그려져 있는데 24절기의 저녁과 새벽에 자오선을 지나는 별자리기록이다. 천문도 윗부분의 A1과 A2는 하늘의 12차에 대응되는 지상의 12분야와 12분야 각각의별자리 도수를 기록한 것이다.

B는 해에 대한 기록이고 C는 달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중앙원의 4면에는 8개방향에 대한 짤막한 문구가 적혀있다.

천문도의 하단부분은 상단부분에서 46㎝ 간격을 두고 3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단의 첫째 단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천문도의 이름이 큰 글자로 쓰여져 있다. 중간 단(G1)에는 우주론에 대한 기사와 28수 각각의 거극분도(去極分度-천구상의 별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지도에서 북쪽또는 남쪽으로 잰 각〈角〉거리)가 기록되어 있다. 제일 아래 단(G2)에는 천문도 작성의 배경과경과 제작에 참여한 사람의 관직 성명을 기록했다.

〈李春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