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복잡한 조각이나 장식대신 나뭇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목칠(木漆)은 자연을 향한사랑을 담은 전통 공예. 은은한 목향마냥 소박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이 일품이다."1백년도 제대로 살기 힘든 인간으로서 수백년 수령을 지닌 나무를 깎다 보면 나무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희열을 느낍니다. 숨겨진 나무의 역사를 엿보는 즐거움 때문일까요"목칠공예가 전이석(全李錫·44)씨. 배움 반(半), 독학 반.
무작정 나무가 좋아 목칠공예에 빠져든 그는 나름의 작업관을 고수하는 몇안되는 장인중 하나다.호두나 들깨기름 대신 반드시 작품에 옻칠(목공예 작품에 옻칠을 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을 해야하고 경첩을 제외하곤 못같은 금속붙이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고집으로 20년을 버텨왔다.
그의 테마는 전통과 현대성의 조화. 문갑과 반닫이, 선비탁자, 의걸이장(옷장의 일종)등 전통 목가구 형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현대적 문양을 가미, 새로운 멋을 살리려 애쓴다.작품재료로는 그의 고향인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에서 구한 느티나무, 홍송, 오동나무를 최고로친다.
옷칠도 까다롭다. 나무를 보호하고 질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옻칠은 필수지만 한번 칠하면 섭씨 20~25도, 70~80%%의 습도를 갖춘 조건에서 24시간은 말려야 한다. 7~8번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작품이 견고해지고 윤도 살아난다.
"주위에선 제 이름 가운데 자(字)인 이(李)자를 두고 나무(木)의 아들(子)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며묻곤 합니다. 웃어넘기지만 나무와의 인연이 각별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한때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경일대 산업공예학과에서 공예실기와 디자인 강의도 했으나 요즘은 나무에 둘러싸인 채 작업에만 몰두한다.
도면작업후 깎고 다듬고 칠하는 작업을 매번 거듭하지만 지금껏 그가 만든 작품은 15점 남짓. 나머지는 그냥 '가구'일뿐이라 답한다.
과작이어서일까. 그는 상복이 없다. 매일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및 공예대전, 동아미술제등각종 공모전에서 10여차례 입선했지만 큰 상을 받진 못했다. 그래도 대구산업디자인협의회전, 한국공예학회전등 단체전에 매년 1~2회 꾸준히 출품하는 열정만큼은 그대로다.
"아직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 없습니다. 개인전을 1~2년후로 미루는 까닭도 자칫 관람객들에게작품성 낮은 '상품'으로만 비쳐지지나 않을까 염려해섭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대구시 남구 봉덕동 '전이석 목칠공예연구소'(471-8665). 7평짜리 작업실에서전씨는 여전히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나무와의 대화에 열중하고 있다.
〈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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