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난기류

입력 1997-04-28 00:00:00

여권내에 난기류(亂氣流)가 형성되고 있다. 내분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김현철씨 국회청문회 출석을 분기점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당내 경선국면과도 맞물려 있어 향후 여권흐름의 진행방향에 정치권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여권의 난맥상은 우선 이회창대표와 여타 대선주자들간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고 민주계는 자중지란(自中之亂)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현철씨 사법처리 및 대선자금 공개를 둘러싸고 여권내에서도 첨예한 대립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이같은 다양한 현안에 대해 김영삼대통령은 통제력을상실한 지 오래다.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대세론을 바탕으로 후보조기가시화를 추진하려는 이회창대표와 이를 극력 저지하려는 여타 대선주자들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표는 27일 경선전 대표사퇴 주장을 사실상 일축하고 조기전당대회 개최의사를 피력하면서 여타 대선주자들의 노골적인반발을 받고있다. 이대표는 이날 "시한부대표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전당대회 일정은야당의 일정을 고려하면 너무 늦지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선전 대표직 사퇴와 관련, 박찬종고문은 "합리적인 시점에 중립인사가 대표가 되어야 한다", 이수성고문은 "적절한 시점에 경선에 안 나오는 사람이 당을 관리하는 게 옳다", 김덕룡의원은 "당대표직 유지가 경선의 공정성을 저해한다면 이대표 본인이 잘 알아서 해야 할 것"이라고 당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당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시월회(총무 유용태의원)의 다수도 공정경선을 위한대표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조기 전대일정에 대해서도 김윤환고문을 제외한 여타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전당대회 시기를 포함한 경선관련 규정은 당내의견을 수렴, 민주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영삼대통령이 최근 박관용사무총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오는7월10일쯤 전당대회를열도록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그 의도와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민주계가 리더의 부재속에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여권내 집안싸움의 절정이다. 한때 실세들이 권부의 성역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것이다. 정권말기 증후군이긴 하지만 권력무상을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민주계의 분열을 시사할 수도 있다.

김덕룡의원은 27일에도 "현정부들어 현철씨주변에 몰려 들었던 사람중에 아직도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이 당과 정부내에 있다"며 김씨인맥 청산과 김씨 사법처리를 역설했다. 게다가 더나아가 "대선자금문제는 선택과 결단의 문제"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대선자금에는 어떤 정당도후보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여당사무총장 출신인 문정수부산시장도"부산경마장 유치를 부산시와 경남도가 공동으로 하게 된것은 김현철씨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내가 선거전에 한보로부터 받은 돈이 문제된다면92년 대선자금도 처벌대상"이라고 언급, 여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민주계 실세들이 현철씨사법처리를 주장하고 대선자금 비리를 터뜨리고 나서자 야당도 신이 난듯 연일 대공세를 취하고있다. 근래 보기 드문 풍경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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