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가 증언대에 선 25일의 한보 청문회는 우리 정치 수준을적나라 하게 보여준 또 하나의 잣대였다.
전 국민이 일손을 놓다시피 지켜본 가운데 진행된 이날 청문회는 기대와는 달리 이런 청문회라면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만 증폭 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날 청문회는 지난 몇달간 이 나라를 의혹과 불신의 수렁속에 빠뜨린 갖가지 억측들의 실체를규명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설마 하면서도 진실이 다소나마 규명되고 지긋지긋한 '한보정국(政局)'을벗어날 가닥이 잡힐 것을 기대했던 것인데, 이게 무엇인가. 여당은 아예 '해명 기회를 주기위한질문'과 '야당에 대응하는 질문'을 사전에 준비, 청문회의 김을 빼기로 작정한 듯했고 야당 또한실체 규명을 위해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하기보다 훈계와 호통만으로 일관했으니 이래서야 청문회가 될리 없었다.
한보 청문회는 실상 처음부터 너무나 무기력했다. 증인들이 "그런 일 없다" "기억에 없다"로 일관되게 발뺌해도 이를 다그칠 수 없는 제도상의 허점이 너무도 많았고 게다가 의원들의 성실치 못한 자세까지 겹쳐 3류 청문회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런 형편인만큼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가 스스로 자신의 국정개입, 대북 정책관여, 92년대선자금규모, 사조직 운영자금 규모와 출처등을 시원하게 밝히리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었다.그렇지만 끝까지 "92년 대선때 애쓴 사람을 대통령께 천거했다"는 정도의 답변만으로 버틴것은해도 너무했다는 느낌이다. 의혹규명은 커녕 어떤 국민도 납득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청문회 직후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여당은 현철씨 청문회를 끝내 일단 한고비 넘긴것으로 안도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당과 현철씨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현철씨가 각종 의혹과는 무관하다'면 현재 제기되고있는 '갖가지 의혹의 몸통은 누구란 말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에 대해 다시 납득할만한 해답을제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전국민이 25일의 청문회를 지켜본것은 소위 7대의혹에 연루된 '몸통'을 알고자 했던 것이었다.그리고 아직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국민들은 여전히 몸통을 밝혀낼것을 정치권과 검찰에기대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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