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정희가 있었다면…"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국정 비리 주역으로 청문회에 등장, 온 국민의 시선이 TV에 쏠린 25일 오전 11시. 동대구호텔 2층 연회장에서는 백발의 신사 1백여명이 모여 조촐하지만 뜻 깊은 행사를갖고 있었다.
대구사범학교 심상과(尋常科) 총동문회가 고(故) 박정희대통령 동기인 4회 졸업생들에게 지팡이를증정하는 석장식(錫杖式)이 열린 것이다.
이 행사는 졸업 60년을 맞아 이미 80줄에 들어선 기수에게 선후배들이 무병 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지팡이를 전달하는 대구사범의 톡특한 전통. 석장은 고승들이 쓰던 윗부분이 구부러진 지팡이를 가리키지만, 연로한 국가 원로에게 장수 기원의 뜻으로 옛부터 전달돼 온 전통이 있다.하지만 70명 4기생중 불과 8명만이 선후배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섰다.
"박대통령을 포함, 이자리에 서지 못한 동기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지난했던 세월을 회상하듯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힌 8명의 동기생들은 식이 끝난 후 동창들에게 조심스레 한가지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
"이제 동기들이 나서서 박대통령의 참모습을 알릴 때가 됐다고 봅니다".
동기 회장 이득우씨(李得雨.83, 전 교장)는 "독재자로만 매도되었던 그분의 참 모습을 누구보다잘 알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일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이른바 박대통령 재조명작업. 매일신문이 연재중인 실록소설 '청년 박정희'의'재조명' 시도도 당연히 화제가 됐다.비서관으로 7년을 박대통령과 지냈다는 권상하씨(權尙河.81)는 "경제 발전은 차치하더라도 개인적치부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분을 평가하기는 충분하다"며 "박대통령은 어려웠던 시절, 국민들의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자리에서 동기들은 경북대 부속 중학교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옛 사범학교 본관건물을 박대통령 기념관으로 만들자는 내용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 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도록 추모사업에대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솔직히 80이 넘은 이 나이에 국립묘지에 참배하는 것 말고는 그분을 추모할 수있는 일이 무엇이있겠습니까". 한 동기생은 "만약 박대통령이 살아서 퇴임했다면 아들 지만군이 그렇게 됐을 턱이없고 작금의 이 서글픈 청문회도 등장하지 않았을것"이라며 자리를 떴다.
〈李宰協기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