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담 허물고 도로확장

입력 1997-04-25 00:00:00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명분을 잃지 않고 주권 되찾기라는 마음으로 미군부대 내 도시계획도로 확장 사업을 관철해야 합니다"

대구시청과 남구청에 주민 6백80여명의 진정서를 내고 23년동안 캠프워커 담에 가린 도시계획도로를 뚫기 위해 본격 활동에 들어가기로 한 남구 대명9동 주민들.

25일 아침 부대 담벽 한켠에 주민들이 모여 "지금까지 부대로 인해 쌓였던 불편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라며 "도로확장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어떤 일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수십년 전부터 주둔하던 곳이기 때문에 '주민불편은 주민책임'이라는 미군측의 반응은 시대변화를 무시하는 상식이하의 태도입니다. 50사단도 대구발전을 위해 외곽으로 이전하는 상황인데,미군 담벽을 조금 옮기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지 않습니까"

강한 어조의 '당위론'은 곧바로 '친선론'으로 이어졌다. "애당초 미군이 이곳에 주둔했던것이 한.미 양국을 위한 것이라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미군측이 대구시민을 위해 점유지 일부를 내어놓는 것은 두 나라 관계를 위해서도 더욱 바람직합니다"

미군 측이 담 주변에 지하매설물이 있어 철거는 곤란하다고 의견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어떤매설물이 얼마나 있는지, 또 왜 옮길 수 없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민대표들은 주장했다.그러면서도 대표들은 지나치게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미군측과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방법을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구시와 남구청의 협상과정도 진지하게 지켜보기로 했다.또 이들은 도로확장개설문제가 단순히 남구에 해당하는 문제만이 아니므로 대구시민 모두 힘을모아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명9동 주민들부터 거리로 나서 시민들의 동참과 지지를 호소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A3 비행장 이전과 캠프워커를 관통하는 3차순환선 확장공사가 교통문제 해결의 단초가 되듯이곳 도로개설도 앞산과 3차순환선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주민, 행정기관, 의회의 노력이 언제쯤 열매로 맺어질지 기약할 수 없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을것'이라는 이들의 강한 의지가 곳곳에 배어있었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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