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신문' 이모저모

"공세적 신문에 차분한 답볍"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25일 온 국민의 눈과 귀는 하루종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차남 김현철(金賢哲)씨의 '입'으로 쏠렸다.

김현철씨가 한보특혜대출의 배후, 이른바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고, 광범위한 국정개입의 의혹을한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김현철씨의 증언 내용과 수위, 증언 태도 등 모두가 앞으로 민심의 향배를 좌우하고, 정국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씨의 일거수 일투족은 초미의 관심대상이었다.이같은 관심도를 반영해 이날 청문회는 KBS MBC SBS 3개 지상파 방송과 24시간뉴스전문채널YTN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고, 청문회장에는 수많은 내외신 취재진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특위의 여야의원들도 국회 청문회의 결정판인 '김현철신문'에서 한보게이트, 현철게이트의 실체를규명하기 위해, 전날밤 늦게까지 의원회관에서 비서진들과 질의자료를 준비했고 이날 아침에도일찍부터 쟁점사항들을 최종 점검하며 준비를 했다.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김현철씨 관련의혹이 쏟아져 나온 이날 청문회는 오전 10시부터 진행됐고,청문회가 열린 국회의사당 본청 1백45호실은 특위위원외에 많은 여야의원들이 방청석을 메운 가운데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현철씨는 이날 오전 9시 48분께 검정색 30 다 4155호 쏘나타 II 승용차를 타고 국회 의사당 본청 후문 출입구에 도착.

그러나 김씨가 도착 직후 사진촬영을 위해 정한 '포토 라인'에 서지 않고 바로의사당으로 들어가려 하는 바람에 사진촬영을 요청하는 사진기자들과 국회 경위들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등 소동.

또 이 소동중 김씨를 수행한 그의 측근 윤성노씨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기도.김씨는 소란속에 국회본청으로 들어가면서 출두소감과 답변 준비 내용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짤막하게 답변.

김씨는 국회 경위들의 보호 속에 청문회장 옆 증인대기실에서 약 10분동안 머문뒤 10시5분께 청문회장에 입장.

그러나 국회 사무처는 다른 증인들과는 달리 취재진들의 증인대기실 출입을 차단하는 등 '보호'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

김씨는 증인석에 앉은후 현경대(玄敬大)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주소와주민등록번호를 대며 인정신문을 마치고, 증인선서후 곧바로 첫 질의자인 맹형규(孟亨奎·신한국당)의원의 신문에 답변.

○…김현철씨의 국회청문회 출두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25일 오전8시부터 현철씨의 집이 있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 G빌라 주변과 주차장 출입구앞에는 취재 및 카메라 기자 1백여명이 미리 대기하는 등 열띤 취재경쟁.

경호원과 경찰은 보도진을 따돌리기 위해 정문에다 경비병력을 대거 배치하고 이날 오전 8시51분께 현철씨와 일행 2명을 태운 검정색 서울 30다 4155호 쏘나타 II 승용차를 후문쪽으로 빼돌리는작전을 구사.

○…현철씨는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했음인지 이날 평소 직선적이라는 성격과 달리 비교적 차분하게 의원들의 신문에 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청문회와 검찰수사, 언론보도를 통해 일부 거론되거나 확인된 각종의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이어지는 공격적인 질문공세에 현철씨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다만몇몇 인사에 대한 추천문제에 대해서만은 "과거에 고생한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있다"고일부를 시인했다. 이 과정에서 현철씨는 목소리를 비교적 높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李東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