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佛門)에서는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 논리적 사고의 주입대신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깨달음을 바로 얻도록 하는 일이 가끔 일어나곤 한다. 조선말기를 풍미했던 경허 큰 스님에 관한일화 한토막.
경허는 제자 만공을 데리고 탁발을 나갔다. 웬일일지 탁발이 아주 잘돼 쌀자루가 묵직하게 되었다.
제자 만공은 쌀자루가 너무 무거워 질질끌며 스승의 뒤를 따랐다. 경허는 무거운 쌀자루를 메고쩔쩔매는 제자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경허와 만공은 마침 어느 마을 입구를 지나게 되었는데 어여쁜 여인이 물동이를 인 채 걸어오고있었다. 경허와 여인이 엇갈려 지나치는 순간 갑자기 경허가 여인을 와락 안더니 입을 맞추는 것이었다. 기겁을 한 여인은 물동이를 떨어뜨리며 비명을 질렀고 인근에서 밭일을 하던 동네사람들이 이를 보고 두스님을 잡으러 괭이며 낫을 들고 달려왔다. 경허는 냅다 산길을 달아나기 시작했고 만공 역시 그 뒤를 따라 쌀자루를 들고 도망을 갔다. 마을 사람들의 추적을 뿌리친 후에야 경허는 제자에게 물었다. "쌀자루가 무겁지 않더냐?"
만공이 "스님, 목숨을 경각에 둔 판국에 무겁고 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고 답하자 경허는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것이니라"
경허의 파격적인 가르침으로 만공은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진리를 터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돈 먹지 않은 정치인이 보기힘든 이 난세에 이같은 충격적 요법으로 국민들을 일깨우고 새로운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참스승이 더욱 절실한 때다.
〈법왕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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