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거주 한인을 비하했다는 문제로 3년전 국내상영이 좌절됐던 미국영화 '폴링다운'이 이번에는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개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 교포를 영어는 거의 못하면서 돈만 밝히고, 아주 작은 힘 앞에서도 쉽게 굴복하는 매우 비굴한 종족으로 묘사하고 있다. 처음 국내 상영을 시도했던 1994년에는 한인의 인격 모독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있었지만 경제불황으로 어려운 현시점에서는 은밀한 소비절약 정신의 발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몇백원 하는 지하철이나 버스 요금이 부담스러운 것이 국민 대부분의 현실일진대 6,7천원이나 하는 관람료를 내면서 우리를 비하하거나 우리 정서를 해치는 외국영화를 보아야할 이유가 있겠는가? 얼마전 일부 국민들이 외화 '에비타'의 관람료가 7천원으로 인상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PC통신을 통한 여론조성과 반대 편지 보내기 등의 노력을 전개하기도 했는데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외국영화 소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목전의 자기이익에 집착하여 국가이익은 물론 장사꾼의 속셈까지 내던지는 영화수입업자들로 인해 외화수입가격이 세계 2번째 수준이며 국제사회의 봉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3백원또는 5백원에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할 수밖에 없는 영세한 국내 영화유통실태를 외면하면서 자동차 수백대를 만들어 수출해야 벌 수 있는 돈을 한편의 영화 구입에 써버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최근 삼성, 대우, 선경 등 대기업이 한국에 대해 고가정책을 고수하는 국제영화시장에서는 영화를 구입하지 않고, 상호간 가격경쟁도 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니 정말 다행스럽다.국가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외화도 수입된 소비재임을 간과할 수 없다. 과거에는 우리에게 배웠다는 홍콩영화계가 제작한 성룡 주연의 '나이스 가이', '경찰이야기' 등이 미국에서 할리우드의대작들과 어깨를 겨루고 있고, 구로자와감독을 앞세워 서구사회에 진출한 일본영화는 이미 세계애니메이션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데 반해, 벗기는 영화로 국내에서 푼돈 벌기에 급급한 우리의현실은 영화인들만의 탓은 아니리라.
개방과 함께 정부주도의 과소비억제는 이제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스스로 한편의 영화도 골라서보는 작은 정성을 실천할 때이다.
〈대구방송 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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