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도시인가-경연대회 허와실

입력 1997-04-21 14:01:00

음악, 미술, 무용등 각종 예능경연대회의 문제점이 심각한 수준이다. 조기예능교육 붐을 타고 난무하고 있는 이같은 엉터리 경연대회는 예능교육을 통한 청소년들의 창의성 계발이라는 원래 목적에 반해 역기능만 초래하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공신력있는 단체가 주관하는 몇몇 대회를 제외한 상당수 경연대회가 영리를 목적으로 오로지 상타기용 대회로 전락, 동심을 멍들게 하고 있는 것. 청소년들의 창의성 계발이나 예능기본기 연마는 그야말로 뒷전이다.이처럼 선의의 경쟁의 장인 경연대회를 먹칠하고 있는 장본인은 경연대회주최측과 학원, 학부모등 총체적 문제다. 제자식 기살리기에 몰두한 학부모들의 보상심리를 역이용, 이속을 차리거나 학원운영상의 이유를 들어 별 죄의식없이 엉터리 대회를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학부모·교사·경연대회주최측등 세 연결고리가 잘못 뒤얽혀 조기예능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의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한 피아노콩쿠르등 각종 음악경연대회는 한마디로 눈뜨고는 볼 수 없는 비극이다. 30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무대에 한번 서기위해 아동들은 곤욕을 치르고 학부모는학부모대로 제자식 기죽이지 않기 위해 적지않은 참가비와 무대복대여비, 사진비등을 부담하는등울며 겨자먹기식이다. 진지한 음악교육은 간데 없고 장삿속만 난무한다. 이처럼 파행적인 예능교육의 현실에 건전한 문화시민,선진 문화국은 어불성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회주최측과 학원들은 '음악발전의 일념으로…' '아동들의 참여기회 제공…'이라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어린이날이 낀 5월에 집중된 각종 미술공모전, 사생대회의 경우도 마찬가지. 공신력있는 단체가주관하는 대회의 경우 주관측이 모든 경비를 부담하는데 비해 △△연합회, ○○신문, □□예술원주최등의 명의를 내건 일부 대회는 비싼 출품료와 마구잡이 시상으로 비교육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

대개 3만~5만원의 출품료에다 단체참가료까지 받는 이들 대회의 경우 참가학원별로 시상하거나아예 액자만 하면 상을 주는등 상타기용 대회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게다가 자기 아이, 자기 학원생이 입상하는데 눈이 팔려 어른들이 밑그림을 그려주거나 아동의 개성을 무시한채 상타기용그림을 강요하는 비교육적 처사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같은 폐해를 의식, 일선 교육청에서 출품료를 내는 각종 공모전에 아동들이 참가하지 말도록 지도하고 있으나 구조적인 문제로 실효성이 전혀 없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김태곤씨는 "나름의 주제의식이나 표현영역을 가질 수 있는 6세이상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닦은 기량을 겨뤄보고 아동미술의 흐름을 짚어보는 공모전, 실기대회는 교육상 나름의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엄정한 심사와 시상규정없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각종대회는 예능교육을 빌미로 장사하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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