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황장엽망명이후의 문제

입력 1997-04-21 14:50:00

황장엽 전북한 노동당비서가 북경서 망명요청한지 67일만에, 필리핀 체류 34일만에 무사히 서울에 도착했다. 황비서의 서울안착까지는 북한당국의 테러위협과 중국정부의 간섭, 미국과 일본의정보시샘등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아무 탈없이 당사자인 황비서가 건강한 모습으로 서울공항에도착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북한의 정신적 지주인 '주체사상'의 체계를 완성했고 한때는 김일성·정일가(家)의 최측근이었던황비서의 망명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제사회의 구조속에서 볼땐 풍파를 일으킨 돌풍이었다.황비서가 보유하고 있는 북한의 핵문제등 '포괄적 정보'는 하나의 보석일수도 있지만 남한내부의친북인사명단 즉 황장엽리스트는 의외성많은 폭발물일수도 있기 때문에 망명이후의 문제들이 그리 간단치는 않을 전망이다.

망명에 따른 몇가지 사항을 정리하면 첫째, 황비서망명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대북문제에도 표나게 드러내면 중국과의 약속위반일 뿐아니라 북측의 또다른 테러를 유발할 가능성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정치용인 대선·한보사태·현철문제 등을 손쉽게 해결하기 위해 황비서 망명을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 또한 안될 일이다.

둘째, 황비서가 갖고 있는 정보에 대한 조사는 우리가 하더라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필요하다면 미국과 일본에 필요한만큼의 정보를 나눠주는 문제도 검토해 볼 수 있으며 또 극비이외의북한 실상은 국민들에게도 소상히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황비서가 성명에서 말한 내용을 정밀분석하여 대응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황비서는 성명속에서 북한의 전쟁도발 가능성을 뚜렷하게 비쳤다. 그는 "남북한의 대립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이 아니라 봉건독재와 자유민주주의, 봉건적 군국주의와 자본주의적 경제주의, 그리고전쟁과 평화의 대립"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따라서 황비서의 망명동기인 '전쟁재발을 막는 길'이란 사실에 우리 정부가 동의한다면 우리도특단의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넷째,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배반한 황비서가 눈엣가시다. 따라서 그의 신변안전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할것이다. 황비서의 망명이 남한체제의 우월성이 이뤄낸 업적인양 도취하여 잦은 회견이나 대담을 갖는 것도 삼가야 함은 물론 신병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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