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리스트' 정치적 파장

입력 1997-04-21 00:00:00

황장엽전북한노동당비서의 입국과 관련, 여.야 정치권은 소위'황장엽리스트'에 촉각을 세운 가운데 정치적 파장을 다각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특히 한보정국으로부터 탈출할 수있는 호재로 삼고싶은 반면 야권은 한보정국 희석은 물론 자칫 연말대선을 앞두고 공안정국 도래로이어질 가능성까지 경계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황비서망명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또한 망명의 순수성을 강조하면서 겉으론정치적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표명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내심은 다르다. 3개월여시달려온 한보정국에서 탈출할 수있는 호재로 삼고 싶은 것이다. "황장엽리스트가 존재하거나 황씨가 그것에 관해 발언을 하게 되면 정치권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안기부 1차장출신의 정형근정세분석위원장의 발언에서 그 속내의 일단을 엿볼 수있다.

○…국민회의 역시 망명을 반겼다. 마찬가지로"정치적 파장은 크지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 이면에는 신한국당과는 다른 기대심리가 잔뜩 깔려있다. 황리스트가 공개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이란 우려때문이다. 황씨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거나 주변국들의 입장까지 인용, 정치적 이용가능성에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당은 동시에 망명사건이 자칫 김영삼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의 청문회출석까지 이끌어낸 한보정국을 희석시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자민련은 황비서망명을 다른 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하는 가운데 보수기치를 한껏 치켜 세우고 있다. 동기가 분명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나서는 등 그의 망명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우선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필총재도 황씨가 6.25전쟁의 이념을 뒷받침한 주역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뒤 "사회주의 실패를 인정했다는 점과 민족에 끼친 죄악은 같은 수준에 놓을 수없다"고 주장, 그를 영웅시하는 사회분위기에 일침을 놨다. 이처럼 황씨의 입국에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을 개진할 수 있게된 배경에는 황리스트가 공개돼도 보수색채인 자신들로선 문제될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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