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우록2동 끝자락에 붙은 백록마을엔 집이 한채 있다. 43세의 처녀가장과 20대 정신지체 처녀장애인 5명이 오순도순 모여사는'공동체'다.
가장 유용복씨는 정신지체아 특수학교인 남양학교 교사다.
"교사 첫해 졸업식 때 부모들이'이제 어디에 보내느냐'며 통곡하는 모습에 너무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을 집에 가둬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유씨가 졸업생들을 거둔 것은 6년전.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그해 졸업생들부터 자신의 아파트로불러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이집을 소개받았습니다. 도심보다 여기가 아이들에게는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에 전재산을 털고 빚까지 냈지요" 5명 모두 부모가 있지만 백록마을에 온 뒤로는 주말에만 집에 다녀올 뿐 공동생활을 한다.
유씨가 출근하고 나면 큰언니 배은주씨(29)가 집안을 맡는다. 각자에게 적당한 일을시키고 올해졸업한 막내 미영이(20)에게 사과깎기, 물끓이기 등을 가르친다. 요즘은 주위 산으로 쑥을 캐러나가기도 한다. 자신들끼리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다.
학교에서 정신지체아들을 돌보다 퇴근한 유씨는 다시 정신지체아들과 만난다. 아이들의 하루일과를 점검하고, 작업실에서 수직을 가르치고, 세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해준다.복지선진국에는 이같은 형태의'그룹 홈'이 일반화돼있다. "우리나라도 한곳에 장애인 1백~2백명씩수용하는 시설위주의 복지정책에서 벗어날 때가 됐습니다.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자신의 삶을살아가는 일자리가 우리 아이들의 가장 큰 꿈입니다"
20대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서른아홉살 때는 인간적인 외로움으로 방황했다는유씨. 자꾸만 수직틀을 놓치는 아이들과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유씨는"정신지체아들과 삶을 나눈지 올해로 12년이 됐지만 언제나 처음같다"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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