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정부가 변해야한다

입력 1997-04-18 00:00:00

"정갑영〈연세대교수·경제학〉"

경제 침체는 심화되는데 아직도 온 나라가 한보사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정치권은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언론도 연일 청문회의 중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정책을 주도해야 할 정부도 조용하기만 하다. 재벌그룹의 부도설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서민의 체감경기는 더욱 어렵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 어느 누구도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책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다시 한번 힘을 모아 경제를 챙겨야 할 때라고 외치고 싶다.*침체늪에 빠진 경제

우리 경제의 문제는 과연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있는가? 구조적 불황이고, 새로운 경제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임금과 금리가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몇가지 더한다면 무분별한과소비를 탓하기도 하고, 기업의 안일한 전략을 거론하기도 한다. 경제는 다양한 차원을 갖는 입체적 표상이므로 이 모든 요인이 오늘의 모습을 만든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패러다임은 어떻게 형성되어야하는가? 구조적 불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본질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앞서야 될 것이다.다시 말하면, 21세기를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계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이것은 바로 정부역할의 재정립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실제 우리 경제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많은 문제는 지난 30여년동안 지속된 정부주도형 개발전략이 가져온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한보사태를 불러온 금융비리도 결국은 정부규제의 부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 발목잡는 정부규제

자원이 희소했던 60~70년대는 정부가 적절한 배분을 통해 전략산업을 육성하는데 기여해왔지만,민간부문이 성장한 90년대 후반에는 정부의 영향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개방과 글로벌화는 정부의 역할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정부의 보호와 육성도 더 이상 불가능한 상태에 와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대기업은 자유롭게 세계를 누비는데, 우리 정부는 아직도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체제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는 국가경쟁력의 척도가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을 몇개나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는 정부주도에서 기업주도로 정책의 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기업주도의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위에 군림하지 않고 기업을 위한 부처로 탈바꿈하여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언어의 유희로 끝나지 않고, 실제 모든 정부의 행정이 진실한 서비스로 변화되어야 한다. 즉, 정부가 대내적으로는 기업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외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결코 우리에게만 적용되는 특수한 모형이 아니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정부의 모습이다.

*서비스행정 기능 갖춰야

개방체제에서는 정부의 행정서비스도 경쟁의 대상이 된다. 정부의 기업 서비스가 취약할수록 우리 기업은 밖으로 나가고, 외국인 투자는 저조해진다. 세계 각국의 기업은 오늘도 가장 좋은 여건을 찾아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우리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국가 경쟁력은 바로 여기에서부터비롯되는 것이다.

기업주도의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기업관도 달라져야 한다. 정경유착과 기업의 비리에서 비롯된 반기업문화를 하루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 우리 기업이 우리 땅에서 환영받지 못할때 어떻게 대외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노사간의 갈등과 대립도 협력과 화해로 전환되어야 하며, 기업활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정치권의 노력도 긴요하다. 기업은 경영의 투명성과 건전한 사업윤리를 확립하여 사회속에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정착되어야 한다. 기업이 더 이상 정치권의 비리에 휘말리거나 소수의 전횡에 좌우되는 사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업은 국민속에 살아있는 사회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속에 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의 패러다임이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더 이상 정부주도의 낡은 부대에 새 술을 담는 우를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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