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재수사-검찰표정 이모저모

입력 1997-04-14 15:19:00

검찰은 휴일인 13일에는 정치인들을 소환하지 않은채 그동안 불러 조사한 현역의원 7명의 조사결과를 면밀히 재검토하고 향후 수사계획을 점검했으며 일부 수사팀은 14일 한보사건 3차공판 준비에 하루종일 매달렸다.

○…정태수(鄭泰守)총회장과 그의 측근들은 은행장들에게는 뇌물이 든 사과상자를 제공했지만 정치인들에게는 007가방을 주로 전달, 로비대상에 따라 '용기'를 차별화한것으로 드러나 관심.그동안 소환한 의원들을 조사한 결과 김덕룡(金德龍).박성범(朴成範).박종웅(朴鍾雄)의원 등의 측근들이한보그룹 김종국(金鍾國)전재정본부장으로부터 한결같이 5천만원이 든 가방을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된 것.

한 수사관계자는 "조사하는 과정에서 007가방이 자주 등장한다"며 "수사진들도 007가방이면 보통5개(5천만원)인 걸로 감을 잡는다"고 뒷얘기를 소개.

이를 두고 검찰주변에서는 정총회장이 뇌물성이 뚜렷한 은행장 로비의 경우 자신이 직접 호텔에서 접촉한 뒤 운전기사를 통해 억대가 든 사과상자를 전달하는 보다 은밀한 방법을 사용한 반면정치인들에게는 측근을 통해 가방배달을 시키고 그냥놓고 오게 하는 식으로 로비수법을 이원화한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

○…전날 출두한 김덕룡의원은 돈을 받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검찰조사과정에서 자신의 측근과대질을 통해 지난해 총선전 5천만원을 받은 것을 알게됐다고 수사관계자가 설명.이 관계자는 "김의원은 자신의 측근이 김종국전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지구당운영비등으로 쓰면서 보고를 하지 않아 모르는 것 같더라"고 설명.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날 김의원이 출두하면서 일체 돈받은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받은 돈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말꼬리를 흐린 점에 비춰 미리 알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말이나돌기도.

○…김상희 수사기획관은 14일 소환할 정치인으로 이철용전의원, 김한곤전충남지사, 김옥천 전의원등 3명을 발표한 뒤 "좀 무거운 사람을 접촉중"이라고 말해 중량급인사가 더 포함돼 있음을 시사.

김기획관은 그러나 30여분 뒤 "본인이 빨리 출두할 것을 원하고 있다"며 접촉중인 의원이 신한국당 김윤환고문이라고 발표.

○…한편 대검 중수부 김상희 수사기획관은 13일 국회의원 5명에 대한 12일 조사에서 김덕룡의원이 5천만원을 받는 등 각각 5천만∼3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내용을 대부분 확인했다고 밝혔다.다음은 김수사기획관과의 일문일답.

-이중재의원 조사내용은.

▲파악된 혐의내용 대로 96년 7월 3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부인이 폐암으로 장기간 입원해 있어 경황이 없었던 상황에서 부인치료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진술했다.-박성범의원 조사내용은.

▲15대 총선 1년여전인 95년 5월 지구당을 맡고 얼마 안된 시점에 김종국 전한보 재정본부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아 운영비로 썼다고 말했다.

-박종웅의원 조사내용은.

▲96년 15대총선 직전 5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측근이 김종국씨로부터 받아 총선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의원은 당시에는 보고를 못받았고 사후에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김덕룡의원 조사내용은.

▲96년 2월 측근이 김종국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아 운영비 등으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 김의원은그동안 모르고 있다가 이번 조사과정에서 측근의 얘길 듣고 처음 알았다고 진술했다. 조사과정에서 관련 측근을 불러 김의원에게 설명토록 했다.

-나오연의원 조사내용은

▲14대(3.24)총선 직전인 92년 3월 정태수 한보총회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혐의내용이나 본인은 부인했다.

-현재 조사중인 사람은

▲중수3과에서 김현철씨의 자금 해외반출 의혹과 관련, 재미교포 이우성씨의 미국 대출의혹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제일은행 국제부 관계직원 2명을 상대로 대출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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