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백화점은 단순한 상업공간을 넘어 대중들이 손쉽게 문화의 향기를 접할 수 있는 종합문화공간임을 표방한다.
대구·경북권내에 각각 3개씩의 백화점및 대형 유통매장을 둔 대구백화점과 화성산업(주)동아백화점등 지역 양대 유통업체도 백화점 시설 일부를 화랑과 소극장, 소규모 공연장, 문화센터등으로꾸며 시민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그러나 백화점 '문화 서비스'중 상당부분은 실상 고객 유치수단이나 이윤창출을 위한 수익사업으로 변질, 문화예술진흥이란 기대치에는 크게 미달하고 있다.
'대구 최고수준의 갤러리' '향토 문화예술인의 작품발표 기회 제공'이란 기치를 내걸고 대구·포항에 운영중인 5개의 백화점 화랑중 가장 규모가 큰 대백프라자 갤러리와 동아전시관(동아백화점쇼핑점)은 하루 대관료만 20만~30만원에 육박, 대다수 지역작가들에겐 '그림의 떡'이다.자연 유명작가를 끼고 작품판매만을 노린 외지 기획사들의 대관신청과 전시 성격조차 사전에 파악하지 않는 백화점측의 무분별한 대관 접수가 맞물려 적잖은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 지난달초동아전시관에서 열린 '걸레스님 중광 선화'전의 경우 중광의 명성에 못미치는 작품 일색이었으나백화점측이 무료대관을 해준데다 유명인사란 점이 작용, '문화시장'등 역내 기관장은 물론 지역작가 전시에 무관심한 국회의원, 정치인들의 축하화환이 쇄도, 잔칫집을 방불케 했다.연극의 경우 영세 극단들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공평한 공연기회를 줘야한다는 연극계 지적과 달리 대백프라자에서는 한 극단이 아동극을 독점하는가 하면 동아백화점의 경우 일년내내 '흥부 놀부' '콩쥐 팥쥐'등 구태의연한 레퍼토리로 일관, 백화점 직원들조차 "소극장은 쇼핑온 부모들이4~7세 아동을 쇼핑시간동안 잠시 맡겨두는 탁아방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공공연히 인정할 정도다.미술평론가 권원순씨는 "시민의 구매력으로 이윤을 남기는 백화점이 하찮은 전시·공연으로 생색내기보다는 영세한 화랑과 기획사들이 엄두도 못내는 규모있는 행사를 유치, 고급문화를 접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사정에도 아랑곳없이 부도심 상권 장악을 위한 백화점들의 분점 개점 경쟁은 치열하다. 6월 개점하는 동아백화점 칠곡점과 99년 완공 예정인 대백 상인점, 동아백화점 포항점(98년 완공),대백 구미점(2000년 오픈)등에도 화랑과 소극장이 들어설 계획이지만 규모가 작고 운영면에서 기존 백화점 문화공간과 차별성을 띠지 못해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실정이다.유통업체에서 설립한 문화재단들도 세금감면 혜택을 보기 위한 편법 조직이란 의혹을 떨치기 힘든데다 실제론 장학사업을 하면서도 문화사업을 주로 하는 재단인양 생색을 내고 있다.또 대백의 경우 현 대백프라자 맞은편에 지역민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지상7층 규모의 '대백문화센터'를 오는 12월 완공, 7개층중 3개층만 유료 문화강좌 시설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을 의료 클리닉과 소매점으로 임대할 예정이어서 문화에 대한 투자는 커녕 지나치게 이윤추구에만 급급한구태를 드러내고 있다.
상업주의적 논리로 싸구려 문화를 바겐세일하는데 혈안이 돼있는 백화점. '문화사업부서는 돈쓰는 부서'란 업주들의 경직된 사고가 지속되는 한 백화점이 '문화 백화점(百禍店)'이란 오명을 씻을 날은 요원하다.
〈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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