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음모론으로 수사 피하려나

입력 1997-04-12 15:05:00

국회 한보특위가 지금까지 활동시한인 45일을 절반 가까이 보냈으면서도 실체 규명에는 역부족인느낌이다. 그보다 오히려 여당인 신한국당의 일부 의원과 야당측의 정치 음모론을 내세운 반발과일부 특위 의원들의 사퇴등으로 특위 활동의 본분인 '몸통'규명은 멀어지고 있는 감이 없지않다.신한국당의 최대 계파인 민주계는 최근 잇따른 모임을 갖고 "검찰의 정치인 수사가 민주계파만겨냥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인 음모"라고 주장하고 이회창(李會昌) 당대표와 김윤환(金潤煥)의원이합세, 민주계의 정치진운을 막는다는 것이 그 주장의 핵심이다.

이에 곁들여 야당도 한보의 '몸통'이 될수있는 핵심 인물이 모두 빠져버린 '정태수 리스트'로 깃털에 불과한 여야 정치인을 차례로 조사하는 것은 "사건의 초점을 흐리고 여야 정치권을 교란,사건을 얼렁뚱땅 흐리려는 저의"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상 지난 며칠동안의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사건의 본질을 밝히기보다 동료의원 감싸기와상대당 깎아내리기로 시종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건초점이 흐려지는 우려가 어느 일면이나마일리가 있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현재 진행중인 정치인 수사가 일부의 주장처럼 '정치적 배려'에 의한 것이라하더라도 이에 관계없이 계속돼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여당내의 '민주계'인사들이 집중적으로 소환되는 것을 '민주계 인사 솎아내기'식의 정략적인 측면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민주계가 대통령 직계 실세(實勢)임을 내세워 그만큼 이권에 많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증거도 된다고 볼수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한국당의 민주계인사들은 이시점에 정치음모론을 내세워 특위를 사퇴하는등으로 당내는 물론 여야간의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쓰잘데 없는 정쟁으로 특위의 본질적인 활동을 헷갈리게 해서는 안된다.그보다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결백하다면 오히려 검찰에서 당당하게 조사를 받아 자신의결백을 입증해서 국민 신뢰를 회복함이 마땅하다.

한보사태는 이제 여야 정치권의 문제일뿐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다. 때문에 한보의 검은 돈을 받은 실체를 하나씩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만큼 이에 연루 의혹을 받고 소환된 의원들은 조사를 받고 진상 규명에 동참하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한 처사다. 이에 대한 응답은 회피한채 정치음모론만 내세우면 정치적 타협으로 한보를 넘기겠다는 속셈으로밖에 안보인다. 배후에 누가 있는듯 여지를 남길게 아니라 몽땅 털어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