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중진의원들에 돈줬다" 간접시인

입력 1997-04-07 15:01:00

"정태수씨 진술-김덕룡·김상현·김용환씨등에 3자통해 전달"

한보그룹 정태수총회장은 7일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의혹과 관련, 신한국당 김덕용, 국민회의 김상현, 자민련 김용환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줬다는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정총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구치소에서 열린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이들 세사람에게정치자금을 제공했느냐 는 신한국당 맹형규의원의 신문에 "회사직원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답변했다.

정총회장은 맹의원의 신문에 처음에는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으나 "기억이 없다는 말이 다른 사람을 통해 돈을 주었기 때문이냐"고 묻자 "예, 제가 안했기 때문에 기억이 안난다"고 말한데 이어"다른 사람을 통해 돈을 주었다는 뜻이냐"고 거듭신문하자 "회사직원이 준 것으로 알고 있지만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정총회장은 그러나 92년 대선자금 제공설에 대해 "나는 민자당 시절 재정위원으로 있었기 때문에(당에) 월회비를 내거나, 선거때나 무엇이 되면 특별회비를 낸적은 있으나 개인적으로 (김영삼당시 대표위원에게) 자금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이를 부인했다.

그는 또 당시 재정위원으로서 민자당에 헌금한 정치자금 규모와 관련, "선거때는 재정위원이 특별히 많이 내는 수가 있으나 많이 해봐야 10억원이 고작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대선자금 제공설을 자주 얘기하고 있다"는 이신범의원(신한국당)의추궁에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지 그런 일은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정총회장은 또 국민회의 김대중총재 아들 결혼식 축의금을 낸 일이 있느냐 는 질문과 아태재단후원 쿠폰을 사달라는 부탁을 받은 일이 있느냐 는 질문에 "없다"고 일축했다.정총회장은 96년10월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보대출과 관련한 자료제출을 요청한 국민회의 의원들에 대해 신한국당 정재철의원을 통해 무마해주도록 요청했느냐 는 질문에 "그렇다"고답했으나 그들 의원들이 이상수 정한용 김민석 정세균의원이냐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답변했다.

그는 특히 정치자금을 제공한 정치인의 명단인 이른바 "한보리스트"를 밝히라는 의원들의 거듭된요구에 대해 "현재 재판에 계류중에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답변할 수 없다"며 명단 공개를 회피했다.

그는 이와함께 한보철강의 투자규모와 관련, "한보철강 건설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은 5조원가까이 되며 1조원 가량의 우리 돈을 보태 6조원이 투입됐다"며 "실투자가 3조5천억원, 4조원이라고하는 보도가 있는데 금융이자로 1조5천억원이 지출됐다"고 주장, 비자금 조성및 유용의혹을 부인했다.

정총회장은 "김현철씨와 박태중씨를 만난 적은 없다"면서 이들이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를 방문했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으며 청와대 비서실 등에 대한 대출청탁의혹과 관련, "나는 홍인길의원에게만 부탁을 했지 다른 사람에게는 대출과 관련한 부탁을 한적이 없다"고 답변했다.전과정이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 특위위원들은 정총회장이 정치자금을 줬다는 정태수리스트 명단, 92년 대선자금 제공의혹, 비자금 조성을 통한 정·관계 로비,은행대출과정에서의 외압행사 여부등을 집중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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