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문제되고 있다. 한때는 간큰 남자 시리즈가 유행하여 조롱거리가 되더니 최근에는 명예퇴직이다 뭐다하여 일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동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외된 가장의 모습과 그의 암 발병을 통해 확인되는 아버지의 정을 그린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소설이사회의 큰 관심을 끄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해보면 아버지란 존재는 매우 '인간적'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물계에서는 일부 조류를 제외하고는 수컷은 있지만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존재하려면 수컷이 특정의 암컷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둘 사이에서 생긴 새끼를 보호하고 양육을 책임지는 일부일처제의 짝짓기 관행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나 고릴라 등 고등 영장류들의 세계에서도 일부일처제는 드물다. 힘센수컷이 암컷들을 독점할 뿐이다. '힘센 '수컷은 차례차례 바뀔 수밖에 없고 아버지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수컷은 생의 한 시점에서 생식의 역할만 수행할뿐 전체적으로는 암컷이나 새끼들과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로 된다. 침팬지수컷들은 먹이를 두고 다투다가 어린 새끼를 물어뜯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렇게 비정하게 보이는 영장류 수컷도 다른 포식동물이 침입하는 경우 목숨을 걸고 싸워암컷과 새끼를 보호한다. 별다른 방어무기도 없으면서 새끼를 향해 달려드는 표범에게 맨몸으로대드는 침팬지 수컷의 모습은 장렬하다 못해 감동적이다. 영장류의 수컷들은 특정의 새끼에 대한개별적 부성(父性)을 포기하는 대신 집단전체의 안녕과 존속을 위한 사회적 부성을 발휘하는 셈이다.
인간사회에서의 아버지란 양면성을 갖는다. 일부일처제를 영위하며 자기 자식을 확인할 수 있는인간의 아버지는 그 자식에게만 향하는 사적인 애정을 가진다. 그러나 영장류의 예에서 보듯 아버지를 아버지이게끔 하는 것은 개체의 수준을 넘어서 집단전체에 대한 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지는 일이다.
대통령과 아들의 이야기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대통령이 대국민사과에서 아들 잘못 가르친 과오를 이야기할때 자식 기르는 일의 어려움을 통감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그 고뇌를 이해한다. 그러나 동시에 참된 부성이란 사회적 책임속에서 실현되는 것임을 생각할때 우리는 이번사태의 엄정한 처리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경북대교수·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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