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현철씨처리 이상기류

입력 1997-04-04 14:47:00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영수회담에서는 김현철씨 문제에 대해 서로간 침묵했다. 당연히어물쩍 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한보문제가 더 이상 경제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이날의 합의문에서도 같은 냄새가 풍겼다.

2일엔 국정조사특위에서 현철씨의 청문회 출석을 25일 하루로 줄이는'배려'로 이어졌다.이같은 의혹과 관련, 4일 좀더 확연한 '물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한 여권인사는"지금까지 진행된 검찰수사 및 내사에 따르면 현철씨와 현철씨의 대리인 박태중씨도 한보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철씨를 한보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으로 구속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고 나선것으로 알려지고있다. 그는 또 "이것은 여권지도부의 다수 견해이며 야권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있다"고 까지 말했다.

이러면 영수회담 이후의 일련의 흐름이 상당부분 이해된다. 박관용신한국당사무총장이 2일 한 사석에서 "현철씨가 크든 작든 인사개입 등 국정관여는 있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한보와는 전혀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현철씨와 가까운 민주계한의원도"현철씨와 박태중씨에게 직접 연락해 본 결과 한보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보이는 이같은 자신감은 검찰의 강도높은 재수사에도 불구하고 현철씨와 한보와의 커넥션을 입증할 단서들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종합해보면 현철씨가 한보를 제외한 다른부분에서는 범죄성이있는 행위를 했다는 반어적 느낌으로 다가선다. 결국 이때문에 "한보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으로구속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어떻든 여권이 현철씨의 사법처리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현철씨 사법처리는 김영삼대통령의 국정운영 자체를 무력화시켜 자칫 헌정중단의 파국을 몰고 올 수 있다는우려섞인 현실인식때문이다. 이는 또 연쇄적으로 야권에도 영향을 미쳐 3김정치의 기반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란 점에서 야권도 공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야권은 이같은 관측에공식적으로는 펄쩍 뛰고 있다.

연일 묽어져 가는 현철씨 사법처리 여부의 귀추가 주목된다.〈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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