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위-제일은행 대출증액 배경

입력 1997-04-02 15:10:00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에 대한 보고와 질의를 벌인 1일 국회국정조사특위는 제일은행이 한국신용평가의 부적격 판정과 자금회수 불능 우려에도 불구, 대출금을 해마다 늘려간 이유와유원건설의 인수과정에 외압이 있었는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됐다.

이날 여야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제일은행이 대내외의 부정적 의견을 무시하고 대출금을 계속 늘리는 등 한보철강의 사금고 역할을 했다"며 94년1월과 96년9월의 한국신용정보의 부정적 평가와함께 연도별 대출금액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의원들은 이 과정에 외압의 개입의혹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측은 "4~5차례의 사업계획 변경이 있었으나 한보철강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검토할 능력이 미흡했다"며대출과정의 소홀함을 간접 시인했다.

유시열행장은 이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 이어지자 "평가가 부정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철강업이 장치산업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장기전망에 따라 대출했다"고해명했다. 유행장은 또 제일은행이 한보철강을 재무구조 악화기업으로 판단한 96년 이후에도 대출이 계속 행해진 것에 대해서는 "96년 대출이 8천8백억원을 초과해 부도가 날 경우 담보가 확보안된 부실채권을 떠안을 우려가 있어 일단 제철소를 준공시킨 후 담보를 취득하려고 추가지원을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대성산업을 제치고 한보철강이 유원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개입했다는 신한국당의 김재천, 자민련의 이인구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세선제일은행전무는 "재무구조의 건실함에서는 대성산업이 제일 점수가 높았다"며 객관적 서류심사에서 대성산업이 우위에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전무는 "대성산업이 인수조건에서 맞지 않아 한보가 인수하게 된 것"이라고 변명했다.

한편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보가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부탁을 받아 한보철강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한 야당의원들을 상대로 무마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간 신경전을 벌였다.

논란은 제일은행이 특위에 제출한 업무보고자료에 "야당의원들로부터 한보철강대출현황에 관한자료제출을 요구받았으나, 한보철강에 로비를 부탁해 자료제출을하지 않았으며, 한보관련 질의도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당시 박일영은행여신총괄부장(현한보철강 채권금융기관 공동자금관리단장)의 검찰진술을 끼워넣은데서 비롯됐다.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문제가 된 야당의원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지만, 신한국당은 야당의원들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호재'로 삼으려는분위기가 느껴졌으며, 국민회의의원들은 의혹의 눈길을 씻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문제 제기는 이신범의원(신한국당)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의원은 "혹시 그 야당의원의 성이 장씨아니냐"며 국민회의의 한 재선의원을 겨냥하면서 "다른 야당의원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이름을 밝히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질의순서가 돌아온 김민석의원(국민회의)은 "의혹을 풀기 위해서 반드시 이름을 밝혀야한다"고 요구했으며, 이상수의원(국민회의)도 의사진행 발언을 얻어"제일은행이 당시 자료요청을받았을텐데 왜 답변을 피하려 하느냐"고 다그쳤다.

박주천의원(신한국당)은 "오늘 아침에 제일은행 관계자에게 박일영씨가 이 자리에 나온 것으로확인했는데 어디로 갔느냐"고 소재를 확인했으나, 제일은행측은 "오전에 왔는데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여야의원간의 로비의혹에 대한 설전이 이처럼 확대돼 가자 현경대위원장은 "빠른 시간내에 유행장이 진상을 파악해 보고해 달라"며 논란을 일단락지었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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