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밀메모 논란

입력 1997-03-31 15:07:00

한보사건 검찰 재수사 및 국회 국정조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31일, 전날 대검중수부 사무실 책상에서 발견된 "대선자금과 여야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에 대해 밝히는 것은 불리하다"는 내용 등의 비밀메모와 관련, 논란을 벌였다.

한장짜리의 이 메모에는 이밖에도 '말하는 것이 불리하다는 점을 알도록 할것-○○○변호사'라는내용이 포함돼 있고 또'4.7(정태수), 4.8(김종국) ①대선자금 ②선거자금(여, 야)'이라고 적혀 있다.4월 7, 8일은 한보정태수총회장과 한보재정본부장인 김종국씨의 국회 청문회가 열리게 되는 날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국회에 파견나가 있던 검찰직원이 지난 29일 여야협상과정 등 국회동향을 보고하는 내용을 메모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정치권, 특히 야당은 "검찰의 은폐축소 기도""불순한 음모"라며 목청을 높였다.

이는 메모내용을 종합할 때 검찰이 정총회장과 김씨의 국회 청문회에서 대선자금과 정치자금에대해 밝히지 말것을 변호인을 통해 '사주'한 것으로 밖에 볼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한 관계자는"백번을 양보해 검찰의 해명을 받아 들인다 하더라도 메모에 나와 있는'불리'라는 가치판단적 단어의 표기는 정총회장과 나아가 김영삼정권측에 서서 판단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명백한 증거"라며 "검찰의 한 직원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이같은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는 것은 결국검찰이 정총회장등을 비호하려 한다는 자기 나름대로의 검찰내부 기류를 판단한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야권중에서도 특히 국민회의측은 그간 여야없이 정치권이'정태수리스트'로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점에서 이 메모와 관련, 세간의 의혹이 야당을 향해서 더욱 증폭되는 양상으로 발전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국민회의의 또다른 관계자는 음모론적 시각을 제기하기도했다. 그는"메모를작성했다는 국회파견 검찰직원이 누군지 밝혀야 할것"이라면서"메모는 여당은물론, 야당 또한 정치자금 수수를 기정사실화해 기술하고 있다"며 고도의 야당흔들기 전술로 판단했다.

야권은 그간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한 국회한보조사특위에서 이 메모를 적극 활용, 공세를 드높일 작정이다.

신한국당 한 당직자는"요즘 정국과 관련 비밀문서가 판을 치더니 이제는 비밀 메모"냐며 혀를 차곤 "검찰이 왜 그따위 메모나 작성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역정을 냈다.

특히 여권은 한보사태 검찰재수사 착수에 따라 철저한 규명을 기대하는 여론에 이 메모가 미칠악영향을 우려했다.

그러나 '정태수리스트'로 가뜩이나 추위를 타온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메모 발견에 따라 그간 정태수부자 구속, 전재산 몰수 등의 강경자세를 보여온 검찰이 더더욱 강도높은 수사로 의지를 보일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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