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미니지구'창조 재도전

입력 1997-03-31 14:00:00

"미국 마이오스피어 프로젝트 재개" 1991년 9월 미국 애리조나주 오러클. 4천여평 크기의 거대한 돔은 지구 환경과 똑같이 숲과 호수바다 공기 동·식물로 채워졌고 4쌍의 남녀가 그 안에 들어갔다. 이 돔의 이름은 사람이 외부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바이오스피어(Biosphere2)'.자급자족형 생태계를 인공적으로 창조하려는 인간의 야심찬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현대판 '노아의 방주'실험은 18개월만에 중단됐다. 산소부족으로 인간은 더이상 살수 없게 되었고 대부분의 동식물도 멸종했다. 인간대신 개미와 바퀴벌레가 바이오스피어의 주인이 됐다.참담한 실패로 끝난 바이오스피어에 대한 연구가 최근 다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과학잡지 '포퓰러사이언스' 최근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 콜럼비아대가 바이오스피어의 관리를 떠맡고 미과학재단의 고위직에 있던 윌리암 해리스씨가 집행위원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연구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바이오스피어2는 지구와 유사한 통제된 조건에서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그것이 생명체에 미치는영향을 연구하는 캠퍼스로 거듭나고 있다.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바이오스피어가 대기가스의 분포와 기온, 습도의 변화가 생명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스피어가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구와 똑같은 환경을 갖춘 '미니지구'를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실패한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지난 91년 9월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대기가 치명적인 불균형을 보이기 시작했다.93년 1월 대기중 산소 비율은 21%%에서 14%%로 떨어져 사람들의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상태로 바뀌었다. 농경지의 비옥한 토양에 함유된 유기물은 미생물서식에 안성맞춤으로 박테리아가 산소를 엄청나게 먹어치운 것이다. 그렇다고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이산화탄소는 돔의 벽면 콘크리트에 있는 칼슘과 결합, 탄산칼슘을 만들어 냈고 식물의 광합성과정으로 재순환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기중 이산화질소 농도의 급상승도 심각한 문제로 작용했다. 지구에서는 이산화질소가 자외선에의해 파괴되지만 돔 지붕을 덮고 있는 유리는 이 자외선의 유입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넝쿨 이외의 모든 식물이 성장을 멈추었고 동물들도 하나 둘씩 사라졌다. 벌은 식물의꽃가루 받이를 대신해주던 곤충이 죽자 식물도 번식할 수 없게 됐다.

바이오스피어에서 어떠한 새로운 실험이 진행될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잡혀있지 않다. 그러나분명한 것은 최상의 기술과 막대한 돈을 투입한다 해도 지구를 닮은 미니지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