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만남의 날'행사 불균형 현상

입력 1997-03-29 00:00:00

"'생산직 실업자'들 '느긋'-제조업체들 기능인력 구인난"

제조업체 인력난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생산직 실업자들은 임금·복지수준 등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취업을 꺼리는 '자발적 실업'이 일반화하고 있다. "차라리 몇달을 쉬더라도 마음에드는 곳을 고르겠다"는 소위 '배부른 실업자'가 늘고있는 것이다.

특히 불황 장기화로 도산업체가 속출하자 소기업·섬유업체 등의 취업을 기피하고 안정성, 발전전망 등'장래성'을 회사선택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올들어 지역업체들이 대구노동청과 인력은행에 모집신청한 인력은 모두 3천1백62명. 이가운데 생산직이 2천5백17명으로 80%를 차지한 반면 사무직 구인은 6백45명에 그쳤다. 이에 반해 취업희망자는 생산직이 9백40명, 사무직이 2천93명으로 구인-구직간에 극심한 불균형현상을 나타냈다.노동청 관계자는"요즘 기능인력들은 조건이 까다로워 업체를 골라서 취업한다"면서"2~3개월동안실업자 신세를 마다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25일 대구성서공업단지 관리공단에서 열린'생산·기능직 구인·구직자 만남의날'행사에는 21개업체가 1백60명을 모집했으나 취업은 37명에 그쳤다. 행사장을 찾은 취업희망자 2백50여명중 회사설명회를 통해 임금,복지수준,출퇴근거리 등을 검토한뒤 면접을 본 사람은 80명에 불과했다.특히 업체규모·전망등을 고려해 △근로자수 2백명이상의 업체를 선호하고 △섬유등 불황업종은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실제 사원아파트 49세대를 보유한 2백50명 규모의 자동차부품업체인 일지산업(주)에는 면접자 8명중 6명이 취업한 반면 직물업체인 (주)대경교역 직원들은 회사설명회 직후 지원자가 없어 곧바로 철수하기도 했다.

용접기술자 박승태씨(44·서구 비산동)는"2개월째 쉬면서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데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잘 맞지 않는다"며 "요즘같은 불경기엔 부도안날 회사를 찾는것도 중요한 것 아니냐"고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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