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일가 재산압류 이모저모

입력 1997-03-28 00:00:00

○…검찰이 27일 정태수씨 일가의 총재산을 공개하면서 2차례나 자료를 수정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검찰은 이날 오후3시 '정태수 일가 재산 일반공개.재산동결.국고환수조치(압류)'라는 A4용지 9장짜리 보도 자료를 배포한뒤 2시간30여분후 자료중 '정태수 일가 주식보유 내역'표의 정씨 일가의한보철강공업㈜ 주식 금액이 '4백50억원'이 아니라'45억원'이라고 1차 수정 발표.검찰은 그러나 30여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내역표 가운데 정씨 일가가 보유한 ㈜한보유니온과한보건설㈜ 주식 금액도 '3백50억원','28억원'이 아닌 '35억원'과 '2백85억원'이라고 다시 두번째로 수정 발표를 한 것.

이에따라 정씨 일가의 총 재산이 당초 '3천4백44억원'에서 '3천39억원'으로 감소했다 최종적으로'2천9백81억원'으로 줄어들게 된 것.

검찰은 2차례의 자료 수정발표 이후 취재진들의 확인 문의가 쇄도하자 오후 7시께 김상희 수사기획관을 기자실로 보내 "자료를 급하게 만들다보니 숫자를 잘못 적었다"고 해명.이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엄정 수사 의지를 강조한 것도 좋지만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의 최고 덕목인 공신력을 잠시 잃어 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검찰이 27일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 일가 재산을 공개, 압류조치하고 정씨의 3남 정보근 회장을구속키로 함에 따라 그동안 '정중동(靜中動)'의 템포로 진행되던 한보 재수사가 갑자기 급피치를올리고 있다.

○…심재륜 대검 중수부장은 전날 수사브리핑을 생략한데 이어 이날 오전까지도 수사가 별반 진전된 게 없다고 밝혔으나 오후 브리핑시간에 갑자기 보도자료를 준비해와 심상찮은 발표가 있을것임을 암시.

수사발표때 외에는 일절 자료를 내지 않던 중수부의 관행을 뒤엎고 심부장이 브리핑에 앞서 "보도자료를 배포할 게 있다"고 말하자 브리핑 장소인 중수부장실에는 갑자기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돌기도.

○…검찰은 이날 정씨 일가 재산압류조치를 발표하면서 유난히 '검찰의 강한 수사의지'를 강조해한보 1차 수사이후 지금까지 누적돼 온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회복하려는 중수부 수사팀의 바람을 드러냈다.

심부장은 "그동안 정부및 검찰, 정씨 일가간에 묵계가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지만 확인해본결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면서도 "향후 수사에서 불거질지도 모를 모든 의혹을사전에 차단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

○…검찰이 정씨 일가의 재산압류와 정보근 회장의 구속수사를 전격 발표하기에 앞서 1차 수사때부터 정씨 일가의 재산추적을 맡았던 노관규 검사가 수사팀들과 며칠전부터 밤을 새워가며 정씨의 재산내역을 최종 정리했다는 후문.

노검사는 서울지검 북부지청에 근무하다 지난 1차 수사때부터 중수부에서 파견근무를 해왔는데지난달 중순 중간수사결과 발표뒤에도 재산추적에만 전념, 집요한 보강수사를 벌인 결과 재산내역을 파헤치는데 상당한 성과를 올리게 됐다고 한 수사관계자가 전언.

○…검찰은 정보근 회장을 구속하게 되면 부자를 함께 구속하는 셈이 돼 그동안의 법 집행 관행으로 볼 때나 우리 사회의 인정상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비판여론이 일 것을 우려, 무척이나고심한 모습.

한 검찰관계자는 그러나 "정씨가 아들을 통해 여러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데다 천문학적 횡령규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등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구속수사쪽으로 기우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

○…검찰은 정씨 일가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는데 국세청과의 공조가 갖는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해눈길.

김상희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후 "정씨 일가의 추징가능세액 4천3백27억원가운데 국세청이 미처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상당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앞으로 국세청과의 공조수사가 중요한만큼 국세청이 누락시킨 부분을 부각시키지는 말아달라"고 이례적으로 취재진에 당부하기도.김기획관은 이어 "한보 재수사가 범국민적 감시하에 놓여진 만큼 다른 기관과의 불필요한 마찰은일으키지 않는 게 결과적으로 이로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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