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버스교섭과 새노동법

입력 1997-03-27 15:06:00

26일 타결된 대구 시내버스 노사교섭은 새노동법의 첫 시험무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개정과정에서 전국적인 혼란을 불러일으킨 만큼 시행초기 많은 문제점이 불거질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기 때문이다.

첫 무대에 오른 노-사-정에 대한 채점결과는'아직은, 아무것도'변한게 없다는 것이었다. 요금인상이라는 외부요인을 협상의 유일한 고리로 끌고나온 사용자측이나,이에 떠밀려 업계의 구조적병폐는 언급도 못한채 임금인상 요구만 되풀이한 노조측이나 모두 예년 동색(同色)이었다. 대구지방노동청 역시"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지 않은 파업은 불법"이라며 공연한 법석만 떨었을 뿐실질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법은 흔히 치자(治者)를 위한 논리로 여겨진다. 그러나 피치자(被治者)의 권리가 법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된 사실이다.

이같은 원칙은 노동법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새노동법은 일부 독소조항을 제외하면 제도상으로는 선진화됐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무노동무임금 등은 노동선진국에서는 진작에 보편화된 제도. 단, 우리의 경우 노-사-정 모두 준비가 덜돼 있다는게 학자들의 인식이다.

새노동법 적용을 두고 노사관계에 대한 일대 의식전환이 요구되는 것도 이때문이다.아직 몸에 맞지않은 옷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각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법규의 좁은 의미를 넓혀나가야 한다.

버스노사의 경우, 구체적인 대화없이 시간때우기식 협상으로 교섭기간만 질질 끈다거나, 파업에아랑곳없이 감정싸움을 벌이는 구태의연한 협상관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 발전적인대안, 합리적인 해결책이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튀어나올 때 협상은 가장 설득력이 있다. 노동법이수십번 바뀐다해도 법에 활기를 불어넣는 주체가 '자신의 권리 위에 잠자고 있다면' 현실에서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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