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버스 임단협 타결 안팎

입력 1997-03-26 15:10:00

파업돌입 1시간여만에 극적으로 타결된 대구 시내버스 노사의 올 임단협은 요금인상, 수입금 투명성 등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과 의혹에 대한 양측의 부담감이 여실히 작용했다.2개월여의 협상기간 내내 '요금인상 없이 임금인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던 버스조합측은25일 오후 대구시가 '상반기중 요금인상 불가'를 최종 확인하자 마침내 요금인상-임금인상의고리를 포기했다. 26일 새벽5시 부산시내버스가 요금인상 없이 임금5%%, 상여금 50%% 인상에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노조측은 동일한 조건을 제시했다. 명분이 없어진 조합측도 이에 동의, "임금인상을 시민부담으로 돌린다"는 비난을 면하게 됐다. 대구시 관계자는"노사 교섭문제에 시민을 끌어들이는 잘못된 관행은 진작 사라져야 했다"며"향후 임금협상의 좋은 본보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인상이 불가능해지자 노사간 최대의 쟁점이 된 것은 CCTV 설치문제. '인간성 무시'를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던 노조측도"수입금 투명성 보장없는 버스요금 인상요구는 시민들의 반발만 일으킨다"는 조합의 주장에 손을 들었다.

CCTV 설치는 운전기사들간에 음성적으로 행해져온 것으로 알려진 '삥땅'을 근원적으로 방지하는 일대 전환점. 노조로서는 수입금 투명성에 대한 시민반발을 감안, 일종의'양심선언'을한 셈이다. 이에 따라 극히 일부 지역 시내버스업체와 시외버스 등으로 제한됐던 버스내CCTV 설치는 대구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구 시내버스가 진정 시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기사들의'삥땅'만 문제삼을게 아니라 버스업체의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조는 당초 조합의 CCTV 설치요구에 대응, 손익계산서를 제공하고 정기적인 수입금 조사를 벌이자고 제안했지만 협상과정에서 이를 놓치고 말았다. 노조 한 관계자는"기사들 사이에 회사경영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며"노조가 CCTV 설치를 받아들인 이상 회사도 의혹을 씻기 위한가시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버스 노사협상은 또다시 파업을 코앞에 두고서야 상호간 대화분위기가 형성됐고 이결과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파업에는 아랑곳없이 26일 오전5시부터 CCTV 설치 수당을 6천원으로 하느냐 7천원으로 하느냐를 두고 2시간 동안 힘겨루기를 벌인 양측의 추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대목이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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