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논란 배경.여권입장

입력 1997-03-26 15:29:00

야권 특히 자민련이 추진하고 있는 15대 국회내 내각제를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은 가능할 것인가.

그동안 국민회의와 자민련에서 제기됐던 내각제 개헌문제에 대해 여권내 일부대선주자들이 가세함으로써 권력구조 개편의 실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야권의 내각제개헌 논의는 두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동목표라기 보다는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순수성이 결여된 게 사실이다.

여기에 신한국당이 25일 이홍구 이한동고문 등 당내 대선주자들의 권력구조 개편 공론화 움직임에 대해 '대선과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거의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당의 공식입장을 정리, 권력구조 개편논의에 쐐기를 박음으로써 권력구조 개편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 일수도있다.

그러나 한보사태 및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파문을 계기로 권력집중의 폐해에 대한 공감대가 여야를 초월,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는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내각제 지지층이 점차 늘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권력구조 개편불가'쪽으로 무게를 싣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특히 신한국당이 당의 공식입장을 통해 권력구조 개편론에 일단 쐐기를 박았으나 이것이 여권 전체의 결집된 의견이라고는 볼수 없는데다 이한동고문 등은 권력구조 개편론에 대한 공론화 움직임을 늦추지 않을 태세다.

또한 당내 최대 계파인 민주계 일각에서도 권력구조 개편론에 긍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어 실현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공론화는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처럼 최근의 시국상황을 동인으로, 정치권내 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으나 변수가 워낙 많아 그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신한국당의 경우, 25일 권력구조 개편론에 대해 '사실상 불가'쪽으로 당의 공식입장을 정리함으로써 현재로선 공론화에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는 여권 전체의 결집된 의견이라기 보다는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회창대표를 비롯한 당수뇌부의 뜻이라는 측면이 강하고, 따라서 상황에 따라 변할수도있다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이윤성대변인이 이날 '권력구조 개편 불가'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청와대측과 사전교감이 없었다"고 밝힌 것이나 박관용총장이 보충설명을 통해 "지금은 민심수습차원에서 당력을 결집할 때인만큼 현시점에서의 권력구조 개편논의는 적절치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한 것도 유의해 볼 대목이다.

국민회의는 일단 15대 대선승리를 위해 자민련과 후보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자민련이 요구하는 내각제 개헌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 이다.

그러나 자민련이 5월 전당대회에서 내각제 당론을 채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대해 국민회의는후보단일화에 대한 방향을 보다 확실히 한다는 차원에서 전당대회이후 논의하자는 입장이어서 의견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내각제개헌을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의 가능성여부를 가늠하는 핵심변수중 하나는 김영삼대통령의 결단과 의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것같다.

한보및 김현철씨 사태로 민심이 이반되고 당장악력이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신한국당총재인 김대통령이 여전히 국정의 중심축으로 버티고 있으며 집권당의 최대 '주주'로서 건재하고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공동집권 전략차원에서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고 이에 당내일부 대권주자가가세, 공론화에 성공한다해도 김대통령이 이를 반대한다면 그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에 따른 정국위기에 힙입어 권력집중의 폐해에 대한 비판과 권력구조 개편론이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어 요즈음 김대통령이 어떤 정국구상을 하고 있는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대통령은 최근들어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않고 있다.

다만 청와대측은 25일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어 그동안 김대통령이 '임기중 개헌불가' 입장을 여러차례 천명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내각제개헌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내각제 문제에 대해 김대통령이 여러차례 확고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느냐"며 "그것은 김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이라고 못박았다.

그 저변에는 가중되는 경제난과 국정불안 등 당면한 국정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해 여권이 일치단결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김대통령의 평소 소신이 짙게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름아닌 이홍구고문이 권력구조 개편문제를 공식 거론하고 나선데 이어 당내 최대 계파인 민주계 일각에서도 권력구조 개편론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데 정치권의 의혹어린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그저 무심하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고 경계의 눈빛을 던지고 있는것이다.

특히 그동안 이고문이 정계입문이나 당대표를 거쳐 대권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과정 등이 모두 '김심'을 떠나서는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이번 발언도 김대통령과 이미 '사전교감'을거쳐 나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대통령이 이고문의 입을 빌려 앞으로 본격화될 상황에 앞서 미리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민주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긍정론'도 비슷한 맥락으로 파악되고 있다.

민주계의 한 핵심인사는 "현정국상황과 여권구도로 순조로운 정권재창출이 어렵고 정권재창출을향한 김대통령의 역할이 한계에 봉착할 때 내각제 개헌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 있는 것"이라며 "향후 정국상황을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계 김수한국회의장이 지난 24일 김대통령과의 청와대 독대에서 내각제 개헌문제의 검토를 건의했다는 얘기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 청와대에서는 대부분 현재의 시국상황과 정치현실을 감안할 때 내각제를 포함한권력구조 개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당국자는 "임기 1년을 남겨두고 내각제등 권력구조개편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이를 기점으로 사실상 정권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그 가능성에 지극히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김대통령이 내각제로 선회한다고 해도 민주계를 포함, 당내 모든 세력의 지지를 확보하기도 쉽지않은 상황이라고 이 당국자는 지적했다.

또 김대통령이 내각제로 선회한다면 이는 문민정부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천명한 공약과 명분을어기는 일이 될 뿐 아니라 그같은 위약은 자신의 40여년 정치생명과 직결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보및 현철정국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시간이 갈수록 국정장악력이 떨어져 여권단독으로정권재창출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등 최악의 위기상황이 초래될 경우 '결단의 승부사'로 알려진김대통령이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권력구조개편등의 극적인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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