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이렇게 넘는다(2)-경영혁신

입력 1997-03-26 00:00:00

대구시 북구 노원동 금보산업(사장 김동범)은 출구가 보이지않는 불황에 시달리고있는 지역 안경테 도금업체 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다른 업체 보다 몇배나 비싼 가공료를 받고있는데도 수주가 쇄도함은 물론 매년 20%%를 웃도는 매출액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금보의 '오늘'이 수년전 기술혁신과 신제품 개발에 수반되는 각종 난관과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기로한 경영진의 결단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금보가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티타늄·알루미늄 등 특수도금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것은 90년대 초. 국내외 시장에서 스테인레스·니켈 등 중저가의 일반 안경테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던 시기다. 이로인해 지역의 다른 도금업체들은 일반 안경테 보다 가공료가 4~5배나 비싼특수도금기술엔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금보의 김동범 사장은 안경테업계가 중저가품에 편중된 과잉투자와 기술개발의 정체로 한계상황에 몰려있다는 것을 알고, 고가품인 티타늄 도금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 오늘의 결실을 거두게 됐다.

이에따라 최근엔 안경테 제조 업체 중에서도 북구 침산동 나경산업 등이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에뒤지는 중저가품 제조에서 탈피하는등 티타늄·알루미늄·형상기억합금 안경테 등 고부가가치상품 생산으로 돌아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원단 임가공 및 특수원단을 수출하는 코팅전문업체인 대구시 달서구 대천동 성원산업(사장 김성욱)은 땀은 배출되지만 빗물은 스며들지 않는 투습방수포 제조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 지난해 1천3백만달러를 수출했다. 또 90년 창업 때 15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엔 1백2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원단 1야드당 수백원대가 보통인 섬유가공업계에서 2천원대를 웃도는 성원산업의 가공료는 초고가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대가 국내외 바이어들에게 먹혀들어가는이유는 중국제와 품질이 비슷한 저가품이 국제시장에서 밀리고 있는 반면 고가품은 뛰어난 품질로 제품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성원산업은 최근 스포츠복에서 양복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3중 코팅 처리방식을 개발,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역의 자동차부품업계에서도 신제품 및 기술개발·공정개선 등 경영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이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경북 경산시 진량면 양기리 동원금속(사장 이종희)은 자동차 도어에 장착, 차량 충돌시 충격을 흡수하는 첨단 구조재인 임팩트빔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임팩트빔은 EU가 98년부터 차량측면충돌 시험을 의무화해 잠재수요가 큰데다 지난해 미국 특허를 획득, GM·포드사 등으로의 직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또 최근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대우자동차에 임팩트빔을 납품, 동원금속은 불황 속의 호황을 누리고있다. 그러나 임팩트빔 개발을 시작한 91년에 이러한 상황이 예상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동원은 94년 현대가 액센트에 임팩트빔을 적용할 때까지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미래의 시장수요를 예측하고 단기적인 위험을 감수한 과감한 투자가히트상품을 만든 셈이다.

자동차 헤드램프 전문업체인 삼립산업(사장 이충곤)은 현재 대부분의 승용차가 채용하고 있는 할로겐 램프에 비해 적은 에너지로도 3배의 광도를 내고 수명도 반영구적인 HID 램프를 개발하고있다. 삼립산업은 HID 램프의 가격이 일반 램프의 5배에 달해 아직까지는 수요가 없지만 고급차판매가 늘어날 2천년 정도엔 국내외 고급차들에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88년 부품업계에 첫 진출한 대구시 달서구 월암동 삼화기업(사장 박용균)은 94년부터 쌍용 이스타나의 후면 스틸범퍼를 독점공급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의 부러움을 사고있다. 이는 삼화가 하청에 맡기던 도장라인을 공장 내에 설치해 물류비를 줄이고 용접 로봇의 배치로 인건비를 절약, 원가를 대폭 낮추는 한편 이틀이나 걸리던 범프 제조공정을 6시간으로 단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삼화 박용균 사장은 "시장 조사를 거쳐 스틸범프 제조업체로서는 도장공정을 갖춘 업체가 없다는것을 알아냈다"며 "전 공정을 갖춰 단가를 낮추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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